[2030 세대] 무례한 인간관계와 무심한 정책/김영준 작가

[2030 세대] 무례한 인간관계와 무심한 정책/김영준 작가

입력 2019-06-20 20:40
업데이트 2019-06-21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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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작가
김영준 작가
인간관계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대화하고 행동을 할 때 타인의 마음과 상황, 반응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왜 애가 없느냐’와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애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부부라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존중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며, 난임 부부라면 그 말 자체가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관심의 표현’이지 나쁜 의도로 한 말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타인을 고려하지 않고 한 말이기에 그 말 자체가 큰 실례일 수밖에 없다.

행동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입장과 반응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은 그 의도가 어찌 됐건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연인의 집 앞으로 연락도, 사전 약속도 없이 무작정 찾아가는 행위가 한 예다. 이걸 하는 쪽은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고자 한 ‘좋은 행위’지만, 당하는 쪽 입장에선 준비되지 않은 모습과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노출해야 하기에 매우 당혹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 된다.

사실 인간관계에서 나의 의도와 진심보다는 타인에 대한 고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나쁜 의도로 말을 하고 일을 벌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그저 무신경할 뿐이다. 무신경하기에 타인을 고려하지 않고 말과 행동을 하며, 그 때문에 실수와 무례와 잘못들이 벌어진다.

비교적 단순한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의도와 결과의 괴리가 벌어지는데 그보다 훨씬 복잡한 사회나 경제, 환경이라고 다를까.

에코백은 일회용품과 환경보호 이슈가 부각되면서 선진국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현재 에코백은 일회용품보다 자원낭비와 환경오염 측면에서 더 나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의 에코백을 장기간 재사용해 환경파괴와 자원낭비를 막고자 한 좋은 의도와 달리 에코백이 비닐봉지만큼 흔한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좋은 의도들의 실패를 보다 보면 정책과 규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정책과 규제들은 거의 대부분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의도는 제쳐 두고 그 정책과 규제의 대상이 되는 시장과 사회의 반응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진 것일까. 시장과 사회의 반응에 대한 고려 없이 ‘좋은 의도로 만들었으니 이것을 무조건 따르라’라고 한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제대로 된 인간관계에서는 타인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고려하지 않는 무신경한 사람을 우리는 보통 ‘무례한 사람’이라 부른다. 마찬가지로 정책과 규제 또한 시장과 사회의 반응과 파급효과를 고려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과 사회의 반응을 고려치 않고 정책과 규제의 원래 의도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례한 사람의 인간관계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2019-06-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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