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사맛디’의 ‘ㅁ’(미음)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의 ‘ㄱ’(기역)은 김 위원장의 기역입니다.”
세부적인 데까지 마음을 썼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데 옛말들이야 그렇다 치고 ‘기역’ 역시 김 위원장에겐 조금 낯설었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ㄱ’을 ‘기역’이라 하지 않고 ‘기윽’이라고 한다.
같은 논리에서 ‘디귿’은 ‘디?’, ‘시옷’은 ‘시읏’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니은, 리을, 미음, 비읍…’처럼 해당 자음이 ‘ㅣ’와 ‘ㅡ’가 결합된 형태로 모두 바뀌었다. ‘기윽’, ‘디?’, ‘시읏’이 ‘논리적’이라고 봤다.
‘기역’, ‘디귿’, ‘시옷’이란 명칭은 1527년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 유래한다. 이 책은 어린이용 한자 학습서였다. 여기에 한글 사용법에 대한 설명과 자음, 모음의 이름도 기록돼 있다. 한자로 ‘기역(基役), 니은(尼隱), 디귿(池[末])…시옷(時[衣])…’이라고 적었다. 한자에 ‘윽’이 없어 대신 ‘역’(役) 자를 가져왔다. ‘귿’(끝)과 ‘옷’은 뜻으로 읽게 했다. 우리는 익숙한 전통을 존중했고, 북한은 논리 쪽에 무게를 뒀다.
2018-05-17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