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복순, 복남, 개똥이, 그리고 ‘-단이’/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복순, 복남, 개똥이, 그리고 ‘-단이’/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1-25 20:36
수정 2017-01-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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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수씨 이름은 ‘복순’이다. 친정엄마 세대에서 흔히 보이는 이름을 받았다. 그 또래들의 이름과 비교하면 너무 달라 보인다.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이름만 보고 꽤 나이 든 선생님으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태어나기 전 지나던 스님이 친정 부모님에게 이 이름을 권했다. 건강하고 탈 없이 복 받으면서 자라기를 바라는 뜻이 담겼다 했다.

복순, 복실, 복남, 만복, 대복, 복길…. 한때 이처럼 ‘복’ 자가 들어간 이름들이 흔하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자식이 복을 받으며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앞 시대 부모들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마음이 겉으론 반대로 표현된 이름들도 있다. 예전에는 어린아이를 쉽게 잃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를 막으려고 이름을 험하게 짓기도 했다. 개똥이, 말똥이, 돼지 같은 이름들이 그렇게 지어졌다. 웃음거리가 될 수 있지만, 남의 시샘을 받는 이름은 아니었다. 평범함 속에서 건강하게 장수하라는 기원이 들어 있다.

젊은층에게 ‘복순’은 험하게는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편하게 지은 이름으로 비친다. 그러나 복을 비는 마음도, ‘개똥이’에게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긴 이름이라 할 만하다.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남자아이에게 ‘-바’, 여자아이에게 ‘-단이’를 붙여 속된 이름으로 쓰기도 한다. 앞에 어머니 친정의 지명이 붙는다. 여기서 ‘-바’와 ‘-단이’는 ‘먹보, 울보, 털보’의 ‘-보’에 대응한다. 이 이름들에도 낮게 지어서 건강과 장수와 무탈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7-01-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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