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역사의 창] 복지정책을 펴던 선조들의 마음

[이덕일의 역사의 창] 복지정책을 펴던 선조들의 마음

입력 2017-08-09 17:54
수정 2017-08-09 18:0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옛날 사람들도 복지제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모든 복지제도에는 선후가 있다. 먼저 나라를 위하다 늙은 군사 자신과 순국한 사람들의 가족을 배려해야 한다. 고려 문종은 재위 23년(1069) “군인으로서 늙었거나 병이 든 자는 자손이나 친족이 군역(軍役)을 대신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늙거나 병든 군인이 군역을 대신하게 하는 것을 특혜처럼 판결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군인들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고 그 대가로 군 복무를 하게 했기 때문이다. 고려 군사가 강했던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늙은 군인이 자손이 없을 경우가 문제였다. 이때 군사 본인은 70세까지 성문을 지키는 감문위(監門衛)에 배속시켜 명예직처럼 적만 두면서 토지에서 나오는 곡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70세 이후에는 구분전(口分田) 5결(結)만을 남겨 두고 나머지는 국가에서 거두어 다른 군사에게 주었다. 70세 이후에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 없을 정도의 토지를 죽을 때까지 지급한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고려·조선은 사회적 약자를 사궁민(四窮民)이라고 불렀다. ‘궁핍한 네 부류의 백성’이란 뜻으로, 한자로는 환과고독(鰥寡孤獨)이다. 늙고 아내가 없는 홀아비가 환(鰥), 남편을 잃은 홀어미가 과(寡), 어린 고아가 고(孤), 자식 없는 늙은 노인이 독(獨)인데, 여기에 장애인을 뜻하는 폐질자(廢疾者)가 더해진다. 고려 문종은 재위 3년(1049) 3월 8일 고위 벼슬을 지낸 80세 이상 노인들을 국로(國老)로 높여 직접 잔치를 베풀고 선물을 내렸다. 다음날에는 민간인 중에서 나이가 많은 서로(庶老)를 필두로 의부(義夫)·절부(節婦), 효자(孝子)·순손(順孫) 등을 격구하는 구정(毬庭)에 불러 직접 잔치를 내리고 선물을 주었다. 절부는 수절하는 아내이고, 의부는 수절하는 남편이다. 아내에게만 절개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 남편이 죽은 아내에 대한 절개를 지키는 것도 의(義)라고 보았다. 순손은 조부모를 받들어 모시는 손자다. 이들뿐만 아니라 환과고독과 폐질자도 함께 불러 임금이 직접 잔치를 베풀고 물품을 내렸다. 이는 일종의 보이기 행사가 아니라 국가에서 도감(都監)을 설치해 진행한 정식 국가 행사였다. 그래서 성호 이익(李瀷)은 ‘고려의 진휼정책’(高麗賑政)에서 “환과고독은 모두 관에서 구휼하고 이 외에도 온갖 장애인도 모두 국가에서 부양했으니 백성들을 우대하는 정사가 지금(조선)에 비해 조금 나은 정도가 아니었다”라고 고려의 복지정책이 조선 후기보다 높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선조들의 복지정책이 지금과 다른 것 중 하나는 대상자의 마음까지 고려했다는 점이다. ‘맹자’(孟子) ‘고자상’(告子上)에 “한 그릇 밥과 한 사발 국을 얻으면 살고 못 얻으면 죽는다 할지라도, 호통치면서(?) 주면 길 가던 사람도 받지 않고 발로 차서 주면(蹴) 거지도 더럽다고 여긴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꾸짖으면서 발로 차면서 돕는다는 뜻의 호축(?蹴)이란 말이 나왔다. 조선 후기 가난했던 지식인 학자 이덕무는 ‘사소절’(士小節)의 ‘동지’(動止)에서 호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비록 가난해도 부자를 쳐다보지 말라. 춥고 배고파 구걸하는 정상을 보여도, 그 사람이 즉시 도와주지 않을 뿐 아니라 싫어하고 업신여긴다. 설사 도와준다 해도 인색한 마음에서 행해진 것이니, 호축(?蹴)과 다를 것이 없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최호정 회장, 행안위 서범수, 이성권 의원 만나 ‘지방의회법’ 조기 제정 당부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최호정 회장(서울시의회 의장)이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서범수 의원(국민의힘)과 행안위 위원이자 국민의힘 지방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성권 의원을 차례로 만나 지방의회법 제정 등 지방의회 제도 개선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최 회장은 지방의회법이 내년 상반기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행안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지방의회법은 20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총 9건의 제정안 발의가 이뤄질 정도로 오랜 기간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라며 “다행히 내년 중 지방의회법 제정에 뜻이 모이고 있는 상황으로, 7월에 새롭게 시작하는 지방의회부터 지방의회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내년 초에 제정에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지방의회법은 현재 국회법처럼 지방의회의 조직과 운영, 의원의 지위 및 권한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독립된 법률이다. 현재 지방의회에 관한 사항은 지방자치법에 일부 조항으로만 규정돼 있어 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방의회법이 제정되면 의회 운영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 기능이 강화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thumbnail -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최호정 회장, 행안위 서범수, 이성권 의원 만나 ‘지방의회법’ 조기 제정 당부

그래서 ‘국조보감’(國朝寶鑑) 중종 6년(1511)조에는 “사족(士族)의 과부와 처녀 가운데 굶주리는 자에게 관에서 미곡을 지급하라”고 명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관에서 미곡을 직접 배달해 주었다는 뜻이다. 사족의 과부·처녀는 부끄러움 때문에 진휼소에 직접 나타나지 못하므로 곡식을 직접 갖다 주게 배려한 것이다. 명재 윤증이 쓴 ‘이조판서 송곡(松谷) 조공(趙公?조복양) 행장(숙종 1년?1675)’에 따르면 흉년이 들어서 선혜청과 훈련원 두 곳에서 죽을 쑤어 진휼하는데, 조복양은 훈련원을 관장했다. 이때 직접 와서 먹을 수 없는 사족은 물론 고아와 과부 및 병들고 힘없는 자들의 명단을 한성부(漢城府?서울시)에서 받아서 식량을 배달해 주었다고 나온다.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는 인간의 자존심까지 감안한 복지 정책, 이것이 선조들에게 배울 국정 철학이다.

2017-08-10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