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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칼럼] 국가주의와 결별을 준비할 때다/장제국 동서대 국제학부 부총장

[객원칼럼] 국가주의와 결별을 준비할 때다/장제국 동서대 국제학부 부총장

입력 2010-01-26 00:00
업데이트 2010-01-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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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세종시 문제로 시끄럽다. 최근에 만난 한 주한 외국인 투자자는 인구 50만명 정도의 도시를 만드는 문제를 가지고 나라가 두 쪽이 날 정도로 갈등하는 한국인들을 참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의 눈에는 아마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모든 사안에 있어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결투의 나라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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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국 동서대 총장
장제국 동서대 총장
이러한 볼썽사나운 현실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국가주의’라는 오래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국가주의’란 간단히 말하면 국가가 행복해지면 국민은 자연히 행복해진다는 공식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가 나서 온갖 지혜를 짜내고 이를 규칙으로 정형화해 지도와 간섭을 한다. 예를 들면 정부가 국가발전에 필요한 인재양성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정해 놓고 대학입시는 물론이고 학점지침까지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또한 미래의 국가경제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며 ‘신동력산업’을 정해 놓고 민간이 협조하기를 종용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정부주도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활용에 기인한 바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DNA에는 국가주의가 깊이 스며들었고 개인보다는 국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정설’에 별 의문을 표시하지 않는다.

국가주의의 장점은 정책을 적중하게 세워 잘 이끌면 단시간에 가파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가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IMF위기 같은 치명상을 안겨주기도 한다. 진보정권 10년도 결국은 국가가 전면에 나서 ‘국가발전을 위해’ 대못질을 해댔고, 이제는 이명박 정부가 ‘국가발전을 위해’ 또 이 대못을 뽑는다고 야단이다.

모든 일에 국가가 나서고 결정하게 되면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사회구성원은 그것에 결사반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정부안의 집행은 곧바로 반대파의 불이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발전의 수준은 이제 정부 중심의 국가주의와 고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의 정책은 경제와 사회의 발달 수준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초엘리트로 구성된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이 주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보다 더 다양해지고 선진적인 민간이 형성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정부가 준비해야 할 일은 다양해진 민간이 각 분야에서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두바이의 예를 보면 국가주의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최근까지만 해도 두바이의 왕자가 이끄는 과감하고도 큰 그림의 국가정책을 세계는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우리나라의 국가지도급 인사들도 너나없이 두바이를 다녀왔고 모두들 ‘두바이 전도사’가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금융 공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두바이는 단번에 부도 직전의 나라로 내몰리고 말았다. 그때의 칭찬들이 죄다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국가주의 실패의 전형적인 예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가주의가 유효한 측면이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국가중심주의를 내던져 버려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점에서 민간의 자율에 모든 것을 맡길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은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그 진정성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가 진정성을 가지고 주도하는 정책에도 반드시 성공과 실패의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국가의 미래를 ‘복불복’에 걸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의 진정한 선진국 진입은 그동안 오랫동안 우리를 지배해 온 국가주의를 종식시키고, 개인과 민간이 주축이 되는 자율의 사회로 탈바꿈할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우리사회의 갈등은 자연히 사라지고,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신명나게 일하게 되는 멋진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2010-01-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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