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어딜 가든 바로미터가 되자/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CEO 칼럼] 어딜 가든 바로미터가 되자/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입력 2011-12-26 00:00
수정 2011-12-2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예나 지금이나 국무총리는 그 시대 최고의 행정가들이 앉는 자리이다. 나는 10년 동안 정일권 총리, 백두진 총리, 김종필 총리 등 총 세 분을 보좌했다. 옆에서 지켜보니 이들은 모두 ‘행정의 달인’이라고 칭송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김종필 총리는 빠른 결단으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

출중한 능력 덕에 김 총리가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외무와 국방 외에 나머지 부처의 업무가 총리실로 이관됐다.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이었다. 총리실에 국정을 총괄하는 새로운 부서인 행정조정실이 만들어졌고 이 부서의 총괄 책임을 필자가 맡게 됐다. 행정조정실장은 장관급에 준하는 지위로, 중앙행정기관 및 서울특별시에 대한 행정의 지휘와 조정·감독에 관해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역할이었다. ‘총리의 지시를 받는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총리와 권한이 거의 같아 적잖이 놀라 이의를 제기했다.

“차관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권한이 많을수록 직급은 낮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저야 그럴리 없겠지만 이후 누군가가 총리 권위에 도전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필자는 정무비서관에서 차관급에 준하는 행정조정실장으로 승격됐고 1973년 2월 1일 자로 행정조정실이 발족했다. 초반 행정조정실원들의 열정은 대단했고,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든든한 지지를 업고 있어서 사기 또한 매우 높았다.

당연히 많은 업무가 이곳으로 집중됐다. 서른 명 남짓한 실원들은 1년 중 정월 초하루를 제외한 364일 밤 10시까지 ‘근무중’이었다. 오죽하면 경비실에서 서울에서 불이 가장 일찍 켜지고 늦게 꺼지는 곳이 행정조정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우리는 안 될 것 같아 보이는 일도 열정의 힘으로 해내고야 말았다.

당시 기억 나는 일이 광복 30주년 기념으로 발행한 ‘금일(今日)의 한국’이라는 화보이다. 이 화보집은 행정조정실 주도 하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홍보 책자로, 1961년부터 1975년까지 14년간 한국의 발전상을 담은 것이었다. 화보를 내기로 맘먹은 것은 일본 교포 사회를 방문했을 때다. 들르는 곳마다 북한에서 내놓은 월간지만 보였다. 당시 우리 정부가 가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그러나 막상 책자를 만들려고 하니 예산이 걸림돌이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들이지 않을까 궁리하던 필자는 인쇄소를 운영하는 친구를 떠올렸다. 그에게 먼저 정부에서 지급하는 비용이 없다는 상황을 설명하고 책을 의뢰했다. 물론 국영기업체와 은행권으로부터 광고를 받아 인쇄비를 충당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또한 책 어디에도 정부에서 만든 흔적을 담지 말아달라고 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그리 크지 않았던 때라 책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우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책자가 완성돼 샘플이 도착한 날 마침 박 대통령이 총리실을 방문했다. 책을 본 박 대통령은 무척 기뻐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거 다른 나라 말로도 좀 만들면 좋겠는데 어떻게 안 되겠나?”

수완을 다시 한번 발휘해 부랴부랴 영어, 불어, 스페인어, 아랍어로도 책을 떡하니 찍어냈다. 해외에 소개된 최초의 우리나라 홍보 책자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단 한 푼의 예산도 없이 홍보 책자를 완성하자 행정조정실은 부처 사이에서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행정조정실처럼만 일해라’라는 말이 돌면서 다른 부서의 시샘을 받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니 어떤 조직에서 척도가 되는 일은 참으로 흐뭇한 일이다.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일했다는 자부심은 살아가는 데 두고두고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새로운 힘이 솟는 걸 보면 ‘열정의 유효기간’은 없는 듯하다.

성흠제 서울시의원, 공공서비스 예약 공정성 강화… 제도적 관리 근거 마련

서울시가 운영 중인 공공서비스 예약 과정에서 매크로 등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 예약 문제가 반복되며, 시민들의 불편과 공정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회가 제도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의회는 23일 제333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이번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성흠제 의원(더불어민주당, 은평1)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공공서비스 예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 이용을 예방하고 시민 누구나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체육시설과 파크골프장 등 인기가 많은 공공시설에서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반복적으로 예약을 이용하는 사례가 확인되며, 특히 매크로 등 자동화 수단을 활용할 경우 일반 시민이 예약에 참여하기조차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정 조례는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의 부정 이용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와 이용절차 간소화를 위한 시책 마련을 명시하고, 시민 불편과 부정 이용 발생 현황을 포함한 실태조사 근거를 신설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예약시스템 운영성과와 부정
thumbnail - 성흠제 서울시의원, 공공서비스 예약 공정성 강화… 제도적 관리 근거 마련

2011-12-26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