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기본이 충실한 사회에 희망 있다/김영호 대한지적공사 사장

[CEO 칼럼] 기본이 충실한 사회에 희망 있다/김영호 대한지적공사 사장

입력 2011-08-08 00:00
업데이트 2011-08-08 00:1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대한지적공사가 지적 측량과 컨설팅을 하고 있는 자메이카에 다녀왔다. 인구 300만명이 채 안 되는 카리브 해의 작은 섬나라 자메이카가 자랑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우사인 볼트, 블루 마운틴 커피, 레게음악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총알 탄 사나이’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우사인 볼트가 이 셋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그의 유명세는 그 나라 국가지도자를 능가한다.

이미지 확대
김영호 대한지적공사사장
김영호 대한지적공사사장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자 꽃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힌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역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206개국 총 3850명이 예비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모름지기 이런 스포츠 행사가 성공하려면 개최국 시민들의 관심과 열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대회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좀처럼 ‘흥행’이 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절반가량은 개최 사실조차 모르고, 경기장 입장권 예매율이 80%를 넘어섰다지만 예매가 실제 관람으로 이어질지 걱정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와 비교되고, 경기장마다 구름 관중이 몰리는 프로야구경기와도 사뭇 대조적이다. 물론 수해라든가 미국의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우려 등 악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무관심의 근본적인 이유는 될 수 없다.

기본종목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스포츠 분야뿐만이 아니다. 대학에서도 기본종목이라 할 수 있는 기초학문은 홀대를 받고 있다. 법대·의대 편중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고, 전공에 관계없이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열중한다. 직장에서도 착실한 기본기보다는 화려한 개인기(다양한 스펙)를 선호한다.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덕목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중심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이다. 약자와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고, 인간의 나약함과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따뜻함이 있어 팍팍한 세상을 살맛 나게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할 일은 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일을 하는 용기가 모이면 공동체와 구성원 각자의 품격이 된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경제적인 성취에 비해 우리 사회의 삶의 질, 행복에 관한 성적표는 참으로 초라하다. 기본이 되는 질서와 덕목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다. 모두 자기만 편하면 그만이다. 대중식당이나 지하철에서 아이들이 소리치고 뛰어다녀도 부모가 말리지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로 목청껏 떠들면서도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도심 상가 도로는 주차장인지 도로인지 모를 정도로 2중, 3중 주차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다. 복잡한 도시는 물론이고 한적한 시골마저도 내가 가장 편한 곳에 주차하면 그만이다.

작은 접촉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서로 ‘네 탓’이라고 목소리부터 높인다. 웃기는 것은, 나는 마음대로 하면서 남이 하면 엄청 욕한다. 즉,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다.

기본을 튼튼히 해야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기본을 소홀히 하는 사회는 응집력도 떨어진다. 그런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지위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없다. 기본이 살아 있어야 희망과 미래가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기본이 바로 경쟁력이 되고 지속가능한 성공·발전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위치에 올라선 것도 기본을 쌓아 노력한 덕분이라고 본다. 근면과 성실을 바탕으로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고, 제조업을 육성하며, 정보기술(IT)을 발전시켜 경제강국이 되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 모두, 멀리하고 있던 기본종목들을 다시 한 번 챙겨볼 시간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을 기원한다.
2011-08-08 3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