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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G0 시대, 한국정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G0 시대, 한국정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입력 2014-04-01 00:00
업데이트 201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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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힘의 균형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구촌 지배질서 유동화(流動化) 현상이다. 미국 중심 일극(一極)의 구체제가 사실상 무너졌지만 새로운 국제질서는 아직 막연한 ‘인터레그넘’(interregnum)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많다.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국제사회 권위의 일시적 부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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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미국 1극(G1) 시대에 중국이 등장, 잠시 2극(G2)이 되는가 싶더니, 힘의 극이 사라진 G0(제로) 시대로 일컬어진다. 국제정치 상황이 이를 웅변한다. 러시아의 크림자치공화국 합병 사태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합병을 강행했지만, 미국은 으름장만 놓고 사소한 경제제재를 가했을 뿐이다.

미국이 EU(유럽연합)에 러시아 제재 동조를 촉구했지만 안 먹혔다. 각 국 경제상황이 러시아 제재 동조를 방해했다. 독일은 6200개 기업이 러시아 사업에 진출, 관련기업 고용만도 30만명이다. 프랑스도 1조원대 해군 함정들을 러시아에 수출키로 하는 등 러시아에 연동돼 있다. 영국도 런던금융·부동산의 러시아자금 의존도가 높다.

냉전 종식 이후 가끔 미국의 패권이 흔들렸지만 즉각 복원됐다. 이번은 다른 분위기다. 2008년 금융위기 뒤 미국 재정난으로 지구촌 통제력이 약해졌다. 시리아 내전에서도 힘을 못썼다. 중국도 경기침체에 흔들리고 있다. 전임 왕이 죽은 뒤 후임 왕 취임 전까지 권위 부재 상태 같은 지구촌 인터레그넘이다. 이런 상태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신냉전 시대가 온다는 얘기가 있다. 이러한 때 외교의 좌표 설정은 중요하다. 세계경제가 하나의 시장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시대다. 국익을 앞세우는 냉혹한 세계화 시대에 국제외교 무대에서 관용은 사라지고 냉정한 계산만 작용하게 된다.

이런 흐름에 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특히 미래의 지구촌 변화에 뒤처지지 않을 대응력이 요긴하다. 정치가 중심을 잡고, 폭풍우를 뚫고 나갈 미래지도력 확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미래정치권력 중심축은 흐릿하다. 확실한 미래지도자가 부각되지 않은 채 지도자가 난립하고 있다.

힘의 공백 상태에 빠져 있는 지구촌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한국에선 역동적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이 합당,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키면서 야권부터 중심세력 교체가 시도되고 있다. 6·4지방선거도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독주 상황이 계속되다 여야가 예측불허의 경쟁을 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특히 안철수의 제1야당 진입은 10년 이상 꿈쩍하지 않던 야권의 정치지형에 심대한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친노무현계를 중심으로 한 세력의 위기감이 강하다. 당분간 긴장이 흐를 듯하다. 기성 세력과 새 세력의 밀고당기기가 정치판을 움직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주도세력이 강고하게 분점하던 기성정치판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1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한국정치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구촌 새로운 질서 구축기, 한국정치가 시대 요구에 응답할지 주시하자.

taein@seoul.co.k
2014-04-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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