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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 장인정신과 책임의식/정일용 OECD 한국대표부 공사

[글로벌 시대] 장인정신과 책임의식/정일용 OECD 한국대표부 공사

입력 2014-01-13 00:00
업데이트 2014-01-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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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특히 프랑스를 여행한 사람들은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과 정교함에 놀란다. 궁전뿐만 아니라 피부에 튀어나온 핏줄까지 표현한 대리석 조각품을 보면 그 정교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작품들을 볼 때마다 그런 정교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금했다.

정일용 경북교육청 부교육감
정일용 경북교육청 부교육감
유럽은 중세시대부터 장인이라는 제도가 잘 발달했다. 당시에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아 대부분의 책은 필사본이라 책값이 웬만한 집 한 채 값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학교에서 교과서나 기술서적 등을 통해 혼자서도 기술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중세 때는 책이 귀했고 기술관련 서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장인 밑에서 일을 도와주면서 배울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유럽에서 도제제도가 발전하게 된 계기이다. 견습생은 장인 밑에서 오랜 기간 수련을 거쳐야 장인이 될 수 있었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마이스터라고 부르는 장인이 있는데, 마이스터가 되면 그 분야 최고기술자로 대우를 받고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학·석사급 대우를 받는다.

중세 장인들은 대부분 수공업분야에 종사하였고 자신이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팔았기 때문에 자기 상품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했다. 요즘도 유명 브랜드가 고가의 상품으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데, 중세에도 유명한 장인들의 상품은 비싸게 팔렸다. 자기가 만들고 판매한 상품에 대한 자부심은 결국 상품에 대한 책임의식에서 나온다. 그래서 장인들은 자신만의 독특함을 보여주면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에 의한 표준화된 대량생산방식으로 장인정신이 많이 퇴색하긴 했으나 아직도 일부 고가 상품들은 소위 명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어하는 상품으로 남아 있다.

세계화시대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자기 일에 대한 책임의식과 열정이며, 학벌이 아니라 능력이다. 유럽 국가들은 1992년 소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단일 국가형태의 유럽연합(EU)을 출범시켰고,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한 일환으로 유럽통합자격체제(European Qualification Framework)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자격의 중요 요소를 지식(knowledge), 기술능력(skills)과 역량(competence)의 3개 범주로 나누고, 특히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역량이란 지식과 기술능력을 종합적으로 사용하고 자기주도적으로 지식과 기술능력을 개발하는 능력을 말한다. 유럽통합자격체제 하에서 역량은 크게 책임의식과 자율성으로 구성된다. 그만큼 책임의식을 개인능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우수한 장인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의 물결 속에 장인들은 역사 속에 묻혀 가고 있지만, 그 DNA는 국제기능올림픽 18차례 종합우승이라는 성취 속에서 아직도 숨쉬고 있다. 장인의 진정한 모습은 기술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에서 나오며, 자부심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장인정신을 꽃피우는 밑거름이 된다. 창조경제나 능력중심사회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성취해야 할 과제이다.

장인이 대우받는 사회, 학벌이 아니라 능력중심사회, 그리고 학교 폭력과 사이버 폭력이 없는 사회를 꿈꾼다면, 먼저 자기 일에 충실하며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책임의식을 느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식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책임의식을 갖게 하는 교육이 강조되어야 학생들의 꿈과 끼가 실현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2014-01-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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