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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운동은 좀 하세요?”/박성국 산업부 기자

[지금&여기] “운동은 좀 하세요?”/박성국 산업부 기자

입력 2013-10-19 00:00
업데이트 2013-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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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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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 산업부 기자
박성국 산업부 기자
산업부로 인사 발령 난 지 석 달째에 접어들었다. 매일 만나는 취재원은 달라도 ‘첫 만남’에서의 대화는 비슷하다. 출신 지역과 학교를 통해 조금이라도 서로의 연결고리를 찾거나 “결혼은 하셨냐”, “우리 회사에도 괜찮은 여직원들이 많다” 등 시시콜콜한 말로 어색한 분위기를 녹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 모두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빼놓지 않는 질문이 있다. “운동은 좀 하시냐”는 거다.

야구, 농구, 축구, 탁구에서부터 볼링까지 공으로 하는 운동이라면 ‘구멍’ 소리는 안 들을 정도로 즐겨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그들은 골프를 ‘운동’이라고 에둘러 표현한다.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은 골프가 환경을 파괴한다느니 사치스러운 운동이니 하는 논쟁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특정 직업군 종사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고, 질문을 하는 사람 모두 골프를 골프라 말하지 않는 모습이 생소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왜 ‘골프’가 아닌 ‘운동’일까.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아직도 만연한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특히나 기업 홍보인과 기자의 골프. 아무래도 좋게 보일 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홍보인들이 마치 호구조사하듯 ‘운동’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불편하고 또 부끄럽지만, 그게 기업들이 행하는 기자에 대한 일종의 예우가 됐기 때문일 터다. 물론 주말에 경치 좋은 곳에서 잔디를 밟으며 유대 관계를 다지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그 기자를 통해 알리고 싶은 기삿거리는 쉽게 자랑하고, 아픈 기사는 조금 덜 아프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기자에게는 출입처와 관련된 정보를 쥔 사람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출입기자가 어떤 취재 방식을 택하든 그것은 각자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으레 뒤따르는 말은 “이제 좀 배우셔야죠”다. 앞날을 생각해서 미리 배워두는 게 좋다는 말도 익히 들어왔다.

바로 이 점이 불편하다. 운동에는 조건이 없다. 좋아하는 운동을 택해 즐거움을 얻으며 체력도 키우면 그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골프는 특정 계층과 어울리기 위해 강요받는 운동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어떤 운동을 좋아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

psk@seoul.co.kr

2013-10-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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