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를 열다] 1964년 설 귀성객 콩나물시루 같은 열차 안

[DB를 열다] 1964년 설 귀성객 콩나물시루 같은 열차 안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964년 2월 11일, 콩나물시루 같은 설 귀성열차 안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서 있고 선반에는 고향에 가져갈 선물이 든 가방들이 빼곡하게 올려져 있다. 가방을 얹을 곳이 없어 머리에 이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서울로 올라와 한 해를 힘들게 보내며 돈을 벌었던 지방민들에게 명절의 귀성은 어떤 난관도 뚫어야 하는 연례행사였다. 밤을 새워서라도 기차표를 구해야 했고 아무리 좁아터져도 기차에 올라타야 했다. 한마디로 귀성전쟁이었다.

이미지 확대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귀성 교통수단은 오로지 기차밖에 없었다. 1960년대에 서울역을 통한 귀성객은 하루 10만명이 넘었다. 열차가 도착하면 서로 먼저 타려고 뛰어가다 앞사람이 넘어진 위로 뒷사람들이 덮쳐서 수십명씩 다치는 사고는 명절 때면 늘 있었다. 질서유지를 위해 500명이 넘는 경찰관과 철도 공안원이 동원됐지만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승객들을 통제하기는 불가능했다.

서울의 인구는 계속 늘어 귀성 인파도 해마다 늘어났다. 철도 당국은 명절이면 임시열차를 최대한 늘려 편성했지만 몰려드는 승객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서울역에는 암표상들이 활개를 쳤고 날치기와 자리를 대신 잡아주는 ‘자리잡이’ 등으로 역 구내는 난장판이 되었다. 정원의 서너 배가 넘는 승객을 태워 열차의 스프링이 휘거나 부러져 운행이 중단된 사고도 여러 번 있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2013-02-12 3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