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후 외도 사실을 고백했던 존 에드워드 미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가 남편에 대해 착잡한 심경을 털어놓은 곳은 다름 아닌 ‘오프라 윈프리 쇼’였다. 혼외 자식까지 둔 남편과 이혼하지도, 그렇다고 용서하지도 못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윈프리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느냐.”고 가혹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그건 복잡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이 쇼는 윈프리가 마치 스튜디오가 아닌 자신의 집 거실에 손님을 초대해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진행자나 출연자는 물론 객석의 청중들까지 하나가 돼 함께 웃고, 울기도 한다. 한 방송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도 윈프리 쇼를 차용했다고 할 수 있다. 명사들을 초대해 그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공감하고, 위안을 나누는 형식이 같다.
요즘 ‘힐링’(healing)이 대세다. 과거 ‘웰빙’과 ‘느리게 살기 운동’을 거쳐 이제는 마음을 위안하며 치유한다는 힐링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생활고·취업난·실업난 등으로 인해 삶이 고단하고 팍팍해져 그만큼 위로받고 격려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힐링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방송가를 넘어 출판·광고·여행·음식 등에 이르기까지 힐링 자가 붙지 않는 것이 없다.
이른바 소비자를 위로한다는 ‘힐링 마케팅’이 전 산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포장마차에서 한잔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샐러리맨의 얘기를 다룬 박카스 광고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샐러리맨은 돈벌이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군인을 부러워하지만 군인은 백수가 부럽고, 백수는 그만둘 직장을 가진 샐러리맨을 부러워한다.
대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그제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최근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낸 데 이어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면서 이 프로의 시청률은 18.7%로 자체 시청률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는 ‘자의든 타의든 이젠 대권후보’라는 질문에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방송에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오늘(18일) 새벽에 책을 탈고하고 지쳐서 저 역시 힐링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웃자고 한 얘기인 줄 알지만 마음에 걸린다. 물론 매사에 열심인 그도 힐링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국민들의 지지가 쏠리는 것은 그가 자신이 아닌 국민들을 힐링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이 쇼는 윈프리가 마치 스튜디오가 아닌 자신의 집 거실에 손님을 초대해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진행자나 출연자는 물론 객석의 청중들까지 하나가 돼 함께 웃고, 울기도 한다. 한 방송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도 윈프리 쇼를 차용했다고 할 수 있다. 명사들을 초대해 그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공감하고, 위안을 나누는 형식이 같다.
요즘 ‘힐링’(healing)이 대세다. 과거 ‘웰빙’과 ‘느리게 살기 운동’을 거쳐 이제는 마음을 위안하며 치유한다는 힐링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생활고·취업난·실업난 등으로 인해 삶이 고단하고 팍팍해져 그만큼 위로받고 격려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힐링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방송가를 넘어 출판·광고·여행·음식 등에 이르기까지 힐링 자가 붙지 않는 것이 없다.
이른바 소비자를 위로한다는 ‘힐링 마케팅’이 전 산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포장마차에서 한잔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샐러리맨의 얘기를 다룬 박카스 광고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샐러리맨은 돈벌이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군인을 부러워하지만 군인은 백수가 부럽고, 백수는 그만둘 직장을 가진 샐러리맨을 부러워한다.
대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그제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최근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낸 데 이어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면서 이 프로의 시청률은 18.7%로 자체 시청률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는 ‘자의든 타의든 이젠 대권후보’라는 질문에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방송에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오늘(18일) 새벽에 책을 탈고하고 지쳐서 저 역시 힐링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웃자고 한 얘기인 줄 알지만 마음에 걸린다. 물론 매사에 열심인 그도 힐링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국민들의 지지가 쏠리는 것은 그가 자신이 아닌 국민들을 힐링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2-07-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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