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에 밟히는 세상이
만만찮은 풍랑임을 알았다
내 아이처럼
아버지의 어깨 위에서
나도 별을 만지며 놀았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수평이었고
수평의 맑은 거울이었다
그 시절 발아래에선
천지개벽 같은 태풍도 불었음직하건마는
거울 밑에 감추어 둔
아버지의 한쪽 세상을
까막눈이 나는 오래도록 몰랐었다
어깨의 물매가
뜬금없이 기우는 날이면
나는 내 아이보다 아버지를
아버지의 거울을 그래서
쓸쓸히 그리워하는 것이다
2012-07-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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