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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진보정치, 당권파의 결단이 재활의 관건/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시론] 진보정치, 당권파의 결단이 재활의 관건/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입력 2012-05-08 00:00
업데이트 201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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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한국의 진보정치가 위기에 처해 있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 부정에 휘말린 가운데,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의 진보정치는 2004년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 이후 오히려 심화된 정파 갈등 끝에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적 관심과 기대로부터 멀어져 침체를 겪어 왔다. 그러다가 반MB(이명박) 연합정치의 국면이라는 기회를 활용해 진보정치 진영의 내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이라는 자유주의 개혁세력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만들어 이번 총선에서 국민적 지지를 나름대로 만회했다.

하지만 그러자마자 커다란 난관에 봉착해 있다. 특히 이번에는 위기의 성격이 매우 나쁘고 심각하다. 이념과 정책을 둘러싼 정파갈등이 아니라, 비례대표 국회의원 지위의 획득이라는 ‘권력욕에 눈이 먼 부당행위’를 둘러싼 공방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국민적 상식과 관용의 범위를 넘어서 버림으로써, 진보정치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존립조차 위협받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의 진보정치는 보수정치에 대해 가졌던 비교우위, 즉 자기희생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왔다는 ‘역사적 밑천’을 탕진했다. 이것은 보수정당들이 사회민주주의적 복지정책마저 적극 수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한국의 진보정치는 그야말로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권파는 부정선거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데 이어, 비당권파 주도로 전국운영위원회가 채택한 비례대표 당선자 전원 사퇴 권고안을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 나아가 공청회를 열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적으로 검증해 시비를 가리자며 역공에 나서고 있다. 위기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시민 공동대표의 일축에도 불구하고 분당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비당권파가 당권파의 거센 저항을 통제할 어떤 당내 정치적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국운영위 사태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비당권파는 불충분한 진상조사로 시비의 여지를 제공한 데다가, 당권파의 회의 진행 방해와 회의장 봉쇄로 쩔쩔매다 온라인 회의를 통해 기껏 권고안을 내는 것으로 그치는 무력함을 드러냈다. 만약 그런 상태로 당에 남아 있을 경우 비당권파 역시 부정 선거의 공범이거나 사태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무능한 정치세력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비판적 여론의 압박이 비당권파의 유일한 무기인 듯하다. 하지만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당권파가 아랑곳할 것 같지는 않다. 언론을 통한 여론의 압박이라는 것이 지속성에서도 그렇고, 상호 소통에 바탕한 해결책의 도출에 있어서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칼자루는 전적으로 당권파에게 있는 듯하다. 당권파에게 공세를 취하고 있는 비당권파나 비판적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언론에 칼자루가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당권파는 칼을 어찌 휘둘러야 할까? 나는 다소 역설적이지만, 당권파가 이번 위기를 기회라고 보는 데에 답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에게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직접 다가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기회 말이다.

정치는 국민과 밀착해 있는 한에서 결코 ‘한방에 다 먹거나 훅 가는’ 위험한 도박 게임이 결코 아니다. 불편한 진실일지는 모르지만, 퇴출되었다 싶었던 보수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무대에 재등장하기도 하는 역사가 그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민주노동당 시절 그들과 자웅을 겨루었던 진보신당의 누군가가 말했듯이 당권파는 자신의 목표를 실현해 나갈 ‘실력을 갖춘 집단’이기도 하다. 당권파가 스스로를 믿고 자신에게 칼을 휘두르며 시대조응적 목표를 새롭게 설정해 달려 나가면 된다는 것이고, 그럴 때 진보정치의 재활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2-05-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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