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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섬마을 선생님/임태순 논설위원

[씨줄날줄] 섬마을 선생님/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2-05-07 00:00
업데이트 2012-05-0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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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바다를 통해 온 세상과 연결되는 열린 공간이지만 또 바다로 인해 닫혀 있는 폐쇄된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방, 발전의 이미지보다는 낙후, 정체의 이미지가 더 크게 다가온다. 경제개발이 막 시작되던 1960년대 섬 색시들에게 총각 선생님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특히 총각 선생님이 서울에서 왔을 때에는 더욱 그랬다. 서울은 번영의 상징이자 동경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인텔리이자 사회적 지위가 대단한 선생님과 결혼하는 것은 가난의 탈출구이자 행복의 징검다리였다. 산업화 시대 섬 색시의 도시를 향한 열망과 좌절을 노래한 것이 원로가수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다.

섬마을 선생님이 다시 세인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72년이었다. 목포에서 뱃길로 네 시간이나 떨어진 전남 신안군 사치분교 농구단이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잇따라 도시 아이들을 격파하고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섬개구리 만세’의 신화를 일군 사람들은 부부 교사로, 이들은 생나무와 사과 궤짝으로 농구대를 만들고 농구공을 처음 만져 보는 아이들과 구슬땀을 흘려 기적을 일구어 냈다. 부부 교사의 희생과 헌신에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감동을 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직원공제조합이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 수상자에 섬마을 선생님이 선정됐다. 전남 진도군 조도고 조연주 교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편부모, 조손가정 학생들을 위해 사비를 들여 저녁 급식을 제공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동아리, 독서, 봉사활동 등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진도에서 뱃길로 한 시간 들어가는 조도에서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세계 바둑 1인자 이세돌 프로기사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 가야 하는 전남 신안군 비금도 출신이다. 그에게 섬마을 선생님은 아버지였다. 교편을 잡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바둑에 대한 아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를 바둑의 길로 이끌었다. 물론 그는 서울로 바둑 유학을 와 대성했지만 아버지의 교육자적 안목, 혜안이 아니었으면 평범한 사람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오늘날 섬은 인구가 줄면서 더욱 외로워지고 고독해지고 있다. 사치분교만 해도 전교생이 78명이었지만 조도고는 28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생님의 열정과 애정, 희생이 있으면 교육 사각지대의 섬 학생들도 빛을 볼 수 있다. 조연주 교사와 같은 섬마을 선생님이 많으면 우리는 진흙 속에서 더 많은 진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2-05-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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