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위기대응/임태순 논설위원

[씨줄날줄] 위기대응/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2-03-20 00:00
수정 2012-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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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의 모범 사례로는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꼽힌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독극물이 들어간 타이레놀을 먹고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존슨 앤드 존슨사는 사건이 터지자 즉시 재고 물량을 처분하고 시중의 타이레놀을 회수한다. 짐 버크 회장이 전면에 나서 사태의 경과 및 진행상황을 설명하며 솔직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언론의 협조를 구한다. 뒤에 정신병자가 일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탄 사실이 밝혀지고, 회사 최고경영자가 정직한 자세로 기민하게 대응한 것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사면서 매출은 다시 사건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후 타이레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의 교과서, 고전이 됐음은 물론이다.

고리 원전 사고와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고리 원전 사고는 10여분간 원전 1호기가 가동 중지된 것을 지식경제부 등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한 달간 은폐해 온 것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물론 원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민간인 사찰 사건은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로 이 사건에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가 연루된 정황 및 증언이 제시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은폐·축소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일단 숨기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심리다.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통제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폐는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으나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르는 소탐대실의 대응 방법이다. 대중은 거짓말에 대해 더욱 분노하고 감정이 상하기 때문이다. 고리 원전도 초기에 가동 중단된 사실을 알리고 매를 맞았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간인 사찰 사건도 당시 검찰 수사에서 실체에 접근, 털어버렸으면 이처럼 정권 후반기에 큰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초동 단계에서 위기 대응의 핵심은 상황의 전파라고 말한다. 상황을 보고하면 일단 그 일은 자기 손을 떠나 조직 전체가 공유하게 된다. 물론 잘못한 정도에 따라 책임을 지겠지만 한편으로 조직은 집단 지혜를 활용해 사태 해결에 나서게 된다. 상황을 알린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국민에게 진솔한 자세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깔려 있다. 진솔한 자세는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정부나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솔직하고 정직해야 국민의 마음과 신뢰를 산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2-03-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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