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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물 이용부담금 갈등과 공정사회/안대희 명지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

[기고] 물 이용부담금 갈등과 공정사회/안대희 명지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

입력 2012-01-11 00:00
업데이트 2012-01-1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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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공정사회 열풍이 뜨거웠다. 이유가 무엇이든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은 구성원 간의 갈등을 증가시켜 결국에는 개개인의 삶을 파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공정사회를 고민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 문제를 꺼내는 이유는 물 이용부담금과 관련된 수도권 지역 상·하류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 때문이다. 물 이용부담금을 내는 하류지역은 받는 게 없다는 처지이고, 지원을 받는 상류지역은 규제로 받는 피해보다 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상수원 수질 개선과 무관한 하류지역 지원을 얘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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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명지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
안대희 명지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에 더해 일부 지역단체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주장까지 제기되는 모양이다. 하류지역의 물 이용부담금 납부 거부 운동에 맞서, 물 이용부담금 필요 없으니 상수원 주변지역의 개발을 허용하라는 상류지역 주장이 그것이다. 이렇게 상·하류의 입장 차가 큰 것은 현재의 물 이용부담금이 서로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 등 외부기관 평가를 보더라도 현재의 물 이용부담금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물 이용부담금을 걷고, 사용하는 수계관리위원회가 중앙정부 주도로 운영된다면 지자체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 물 이용부담금 중장기 운용계획이 없는 것도 문제로, 필요하다면 법으로 정하여 수립해야 한다. 또한, 물 이용부담금 사용에 관한 평가 시스템을 강화해서 성과가 우수한 사업에 더 많은 사업비가 배분되도록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용 과정에서 문제점은 생긴다. 물 이용부담금처럼 이해관계자가 많을수록 쉽게 해법을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 각자는 답답함을 느끼고, 때로는 극단적인 주장도 한다. 어떤 해법이 있을 수 있을까? 일이 꼬여 풀리지 않을 때에는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잠시 물 이용부담금이 시작되었던 그때로 돌아가 해법을 찾아보자.

1990년대 중반의 규제완화에 따른 개발 열풍으로 20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 수질이 1998년에 2급수까지 떨어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문제는 규제를 둘러싼 상·하류 지역 간의 대립과 갈등이었다. 하류지역은 상류지역의 개발을 반대하며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고, 상류지역은 아무런 보상 없이 규제 피해를 참기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로 맞섰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입된 것이 물 이용부담금 제도다. 상류지역은 토지이용 규제 등의 각종 재산권 제한을 감수하고, 하류지역은 환경기초시설 설치·운영 등의 수질개선 사업과 규제지역 주민 지원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공정한 합의였고, 이로써 상수원 수질보호를 위한 상·하류 상생구조가 탄생하게 된다.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백하다. 현재의 문제점과 상·하류 갈등을 해결하려면 극단적 주장이 아니라 대의(大義)를 위한 상·하류의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정부, 상·하류 지자체, 주민은 상생의 묘책을 찾았던 10년 전 마음으로 돌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공정하다고 느끼는 물 이용부담금 제도가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12-01-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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