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사회부 기자
10·26 재·보궐 선거날 빚어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운전기사의 ‘취중’ 단독 범행으로 일단락됐다. 뒷맛이 씁쓸하다.
경찰은 운전기사 공모(27)씨의 공명심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경원 후보를 돕는 것이 최 의원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공감이 간다. 공씨의 미니홈피를 보면 그가 최 의원의 골프장행 등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의 글을 남긴 점 등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번 디도스 공격 사건은 민주주의의 기본 틀을 심각하게 침해한 ‘거사’였다. 때문에 선거 유세 때 확성기를 들고 따라다니고, 차를 모는 운전기사에 불과한 그가 이런 중대한 일을 혼자서 저질렀다고는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 경찰들도 같은 생각이다. “단독범행?”이라며 되레 기자를 보고 되묻는다.
사실 경찰의 수사는 무기력했다. 수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미심쩍은 대목이 많다. 증거주의·과학수사를 외치던 경찰이 이상하게 피의자와 참고인 진술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일 새벽 제3자와 통화했다.’, ‘나 후보 도우려고 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급급했다. 하지만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청와대 행정관이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도 “관련성이 없다.”며 숨기려 애썼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는 총리실 정보관리비서관실 상황행정관을 지낸 3급 고위공직자였다. 이쯤 되면 의구심이 증폭된다.
물론 단독 범행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경찰은 공씨의 진술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게 없으면 경찰이 한번 더 상처를 입는다. 경찰의 추가 송치를 기대하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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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2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