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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談餘談] 내가 바뀌겠다/홍희경 경제부 기자

[女談餘談] 내가 바뀌겠다/홍희경 경제부 기자

입력 2011-01-15 00:00
업데이트 2011-01-15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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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뀔 때에는 버티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혁신 기술이 도입되고, 삶의 방식이 급변하고, 직업환경이 달라질 땐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만 하는 게 기술이라고 했다. 그럴 때 괜히 기회를 찾아 나섰다가는 그나마 갖고 있던 기반마저 사라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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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경제부 기자
홍희경 경제부 기자
맞는 말 같았다. 당장 한국 현대사만 훑어봐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나서지 말라.”고 했다던 전직 대통령의 어머님 말씀이 진리인 듯싶었다. 기자로 사는 건 보람스럽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요즘 들어선 종이신문의 위기감이 극에 달하고, 스마트한 정보기술(IT) 제품이 삶마저 스마트할 것을 강요하고, 종합편성채널이 선정돼 직업환경마저 급변하니 도태되지 않을 길을 찾기에만 바빴다.

‘20대 담론’이 나올 정도로 무엇인가 바꾸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없고, 그나마 나서는 이들도 매장되기 일쑤인 분위기에 맞장구를 쳤다. 현상에 대해 다른 의견을 밝혔다가 법정 싸움을 해야 했던 미네르바나, 동영상 펌질 한 번 잘못해서 직장까지 잃은 민간인 사찰 사건을 보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만 되새겼다.

‘혁신’이라는 말은 TV나 스마트폰 같은 제품에나 붙이는 것이고, ‘공정’이나 ‘상생’이라는 화두는 정부가 내는 보도자료에나 쓰는 말 같았다. 혁신이나 공정한 가치를 삶 속에서 추구한다면, 내 몫의 무엇인가를 빼앗긴 채 실속 없는 바보가 될 것 같았다.

문득 돌아보니 욕심도 많았고, 겁도 많았다. 일을 하려면 무엇인가를 바꿀 때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욕심이었고, 있지도 않은 내 몫을 빼앗길까 봐 지레 겁부터 먹은 격이다.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 사람을 욕하고 물러서야 할 때 악을 써대는 사람을 동정하며, 그저 멋진 사회를 만들어 줄 초인이나 기다리던 태도를 버리려고 한다.

까짓것 그냥 나 혼자라도 바뀌겠다. 훗날이라도 누군가에게 “넌 나처럼 살지 마.”라고 하는 대신 “난 저렇게는 안 살아.”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는 더 초연하면서 치열해져야 할 것 같다.

saloo@seoul.co.kr
2011-01-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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