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99% 노력과 1%의 행운으로/박연수 소방방재청장

[기고]99% 노력과 1%의 행운으로/박연수 소방방재청장

입력 2010-09-09 00:00
업데이트 2010-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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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호 태풍 곤파스가 남긴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9호 태풍 말로가 한반도를 위협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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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수 소방방재청장
박연수 소방방재청장
특히 올해는 4호 태풍 뎬무를 시작으로 곤파스, 말로까지 한 달 새 태풍 3개가 연속 한반도에 영향을 주었다.

지난 2일 새벽 태풍 곤파스가 우리나라 중부지방을 관통했다. 곤파스는 그날 정오 이후 상륙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보다 반나절 빠른 오전 6시32분쯤 강화도에 도달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강풍과 폭우로 간판, 가로수, 전봇대 등이 넘어지고 송전탑 고압선이 끊어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지만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다. 99%의 행운이었던 것이다. 만약 학생들 등교시간과 출근길에 강풍이 몰아쳤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자연재해를 전담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천만다행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전국의 공무원이 여러 날 밤을 새우며 종종걸음을 했지만 곤파스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자문해 보니 의외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집중호우에 대응하다 보니 강풍에 대한 대비가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당 순간 최대풍속이 역대 6번째인 52.4m를 기록한 곤파스의 위력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바람의 강도에 따른 체계적인 대비 요령이나 시설물 관리 규정이 관계부처에 있긴 하지만 실제 이번 강풍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노후 건물과 시설물 관리 기준을 보다 강화하고 신종 기상이변에 따른 방재기준을 재설정하는 등 관련법령과 규정을 보강해 재난관리를 더 이상 운에 맡기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지난 2일 이른 새벽 아무래도 강한 바람이 심상치 않아 6시쯤 관계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해 초·중등학생들의 등교시간을 2시간 늦췄다. 하지만 연락을 받지 못해 등교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심지어 등교시간 연기 공문이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도달한 학교도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총체적인 대응체계 미숙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선진국은 자연재해가 닥치면 시민, 학교, 정부 등 사회 전체가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미국은 태풍특보가 나오면 교육당국이 전날부터 휴교 여부, 등교시간 같은 구체적인 결정내용을 가정통신문으로 전달한다. 기업들도 직원들의 출근을 늦추거나 재택근무를 권장한다. 우리도 최소한 6시간 전에 관계기관(교육부, 노동부)과 협의해 확정·시행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히 유례없는 강풍으로 인한 정전 피해가 컸던 만큼 한국전력공사에선 한전지사 간 교차지원을 포함한 광역적인 비상대응체계를 갖추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대응체계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짚어보고 이번 기회에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 신고접수부터 복구까지 재난대응 시스템을 일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는 과거에도 발생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비와 노력에 따라 피해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은 진리다. 우리의 노력 99%야말로 재난으로부터 밝은 미래와 내일을 보장받는 유일한 수단이요, 통로이기 때문이다.
2010-09-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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