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길회 국제부 기자
3주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날, 저녁 6시 넘어서 공항을 빠져나와 가장 먼저 간 곳은 회사도, 집도 아니다. 미용실이었다. 평소 신경을 쓰지 않았던 외모에 새삼 공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한 건 귀국을 앞두고 여러 차례 중국 사람으로 오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설픈 중국어를 들키기 전에도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먼저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현지화’에 성공(?), 오해를 받는 횟수가 많아졌고 급기야 같은 한국 사람들조차 “아, 한국인이셨어요?”라고 되물었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인들은 세련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현지 사람들로부터 “중국인들 옷차림이나 감각은 어떤 것 같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때마다 느낀 바 그대로 “상하이는 말할 것도 없고, 어지간한 도시에서는 남자들은 몰라도 여자들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런데 막상 중국인으로 보이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급기야 짐도 풀기 전에 미용실에 다녀오고 나니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5년 전 타이완으로 출장갔을 때에도 식당 종업원이 현지 사람으로 보고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고백하건대 당시에는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믿어줬던, 출장 기간 만났던 중국인들을 떠올리니 부끄러웠다.
“중국 갔다 오더니, 그 머리는 중국 스타일이냐?” 며칠 전 귀국하고 처음 얼굴을 본 어떤 선배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름 (탤런트) 김소연 스타일인데….”라고 속으로 ‘발끈’하고 말았다. 무의식에 깔려 있는, 알량한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중국인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언제쯤 벗어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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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2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