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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와도 황사 와도… 바싹 말려줄게

비 와도 황사 와도… 바싹 말려줄게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8-01-04 21:32
업데이트 2018-01-0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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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없어도 말린다, 커지는 건조기 시장

세탁기의 ‘하위 부류’로 여겨지던 건조기가 ‘필수가전’으로 부상하고 있다. 겨울에도 미세먼지가 나쁜 날이 많아지면서 야외 빨래 건조를 꺼리는 경우가 늘었고, 신기술로 전기료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빨래를 널고 걷는 수고나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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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LG전자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4일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0만대 정도였던 건조기 판매대수는 지난해 60만대로 6배 증가했다. 올해는 100만대를 돌파하면서 1조원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내 세탁기 시장이 150만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1가구 1건조기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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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18년형 건조기
삼성전자 2018년형 건조기
국내 건조기 점유율 1위인 LG전자가 월평균 3만대 정도를 팔아 지난해 판매량이 35만대를 넘겼다. 유통업계도 건조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건조기 매출액은 2016년보다 13배 증가했고 하이마트는 12배, 전자랜드는 35배 성장했다.

국내 업체들이 건조기 판매에 나선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하지만 가스나 전기로 뜨거운 바람을 만들어 건조하는 방식이어서 의류가 크게 수축됐다. 가스식은 가스 배관을 설치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전기식은 비싼 전기료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히트펌프’를 장착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의 방식은 90도 이상의 고온열풍으로 드럼통 안에서 옷감의 수분을 직접적으로 증발시켰다. 하지만 히트펌프는 40~50도 정도의 온풍을 보내 드럼통 안에서 옷감의 수분을 머금은 수증기로 변하게 만들고, 다시 공기의 온도를 낮춰 응결되는 물을 배출하는 식이다. 따라서 직접 건조 방식에 비해 전기도 덜 들고 옷감 손상도 적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건조기로 말릴 경우 옷감이 2.8% 정도 수축되지만 히트펌프 방식은 자연건조(1%)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전기료도 3분의1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최신 건조기의 전기료는 1회 표준건조(5㎏) 시 110~180원 수준이다.

살균 관리, 침구 공기 세척 등의 부가기능도 잇따라 얹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스스로 오작동을 체크하고 조치하는 기능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 LG 외에 밀레, 린나이코리아, SK매직 등도 각축을 벌이고 있다. 독일 블롬베르크가 최근 가세했고, 유럽 가전시장 1위인 독일 보쉬도 조만간 국내에 진출할 계획이다. 대우동부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수출용 건조기에 주력했지만 이르면 이달 안에 히트펌프식 건조기를 국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조기 시장의 주된 고객은 신혼부부다. 맞벌이 등으로 가사노동을 줄이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5㎏ 기준으로 80분 정도면 건조를 마칠 수 있다. 주상복합이 늘고 아파트 발코니 확장이 증가하는 주거 환경도 건조기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계절 내내 미세먼지 농도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건조한 겨울에도 제품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면서 “젊은층의 경우 사생활을 밖으로 노출하지 않으려는 성향 때문에 건조기를 들여놓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8-01-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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