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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두달 이색신탁, 실적 보니 ‘낙제점’

데뷔 두달 이색신탁, 실적 보니 ‘낙제점’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6-12-20 21:18
업데이트 2016-12-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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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성년 후견제도’ 상품
출시후 두달 넘도록 가입 ‘제로’
‘펫신탁’도 30건 팔린데 그쳐
하나銀 치매 신탁도 판매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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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이색 신탁(信託) 상품이 죽을 쑤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성년 후견제도 지원 신탁’, KEB하나은행의 ‘치매안심신탁’ 등은 출시 1~2개월이 넘도록 가입 실적이 ‘제로’(0)다. 먹거리가 부족한 은행들이 ‘300조원 신탁전쟁’에 뛰어들며 이색 상품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홍보는 어렵고, 살기는 팍팍하고, 시장성 예측마저 빗나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은행권의 신탁 자산 총액은 331조 7499억원이다. 지난해 말(287조 7286억원)보다 15.3% 증가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 때문에 은행도 신탁 시장을 신규 수익원으로 보고 거액 자산가용만이 아닌 생활밀착형 이색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신탁은 고객(위탁자)이 돈을 맡기면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 수탁자가 위탁자와의 계약 내용대로 재산을 처분하는 상품을 말한다.

●까다로운 계약체결 절차 ‘걸림돌’

하지만 출발은 아직 불안하다. KB국민은행이 치매와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KB 성년후견 제도 지원 신탁’을 지난 10월 금융권 처음으로 야심 차게 내놨지만 두 달 반이 되도록 가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상품은 치매 발병 등으로 후견인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가입자가 은행에 치료자금으로 쓸 금전을 미리 맡기는 형태다.

고객이 사망하면 반려동물을 맡아서 돌봐줄 사람에게 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KB 펫(Pet)신탁’ 역시 두 달간 300만원어치(30건) 팔린 데 그쳤다.

KEB하나은행이 지난 1일 선보인 ‘치매안심신탁’(1건)과 ‘성년후견신탁’(0건) 역시 출시 3주가 지나도록 판매가 저조하다. 하나은행은 재산을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지 않고 사후에 상속할 수 있게 하는 ‘유언 대용 신탁’을 2010년에 내놨지만 6년 새 79건(2700억원)→51건(1643억원)으로 1057억원이 되레 빠져나갔다.

금융권은 이색 신탁 저조 원인에 대해 “일반적인 절세형 증여신탁도 아닌 데다 신탁 구조도 다양하지 않고 광고나 홍보가 제한돼 있어 일반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까다로운 규제도 걸림돌이다. 신탁 계약을 체결하려면 위탁자가 자산의 종류와 비중, 위험도 등을 자필로 기재해야 한다. 또 신탁 상품은 온라인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홍보할 수 없다. 은행들이 정부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도입할 때 신탁 상품에 대한 광고·홍보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치밀하지 못한 상품성 분석도 문제

상품성 분석이 빗나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신탁이라 해도 절세형 증여신탁은 성적이 좋아서다. 은행에 한꺼번에 돈을 맡기면 6개월에 한 번씩 원금과 이자를 자녀 앞으로 지급하는 우리은행의 ‘명문가문 증여신탁’엔 5개월여 만에 벌써 678억원이나 돈이 몰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렇게 실적이 저조하면 병원, 동물병원, 건강관리센터 등이 제휴를 맺었다가도 끊는 등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6-12-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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