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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에서 월세로” 전환 가속화… 전세난 부추긴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 가속화… 전세난 부추긴다

입력 2014-11-03 00:00
업데이트 2014-11-03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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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에 집주인들 월세 고집

시장에서 체감하는 전셋값 부담과 전셋값 상승 통계 간 괴리가 매우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세난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통계만 봐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비쳐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6월 이후 전셋값은 완만히 상승했다. 공식적인 전셋값 상승률 통계는 연평균 4.1%에 불과하다. 올해 전셋값 상승률도 10월 누계로 2.82%에 그쳤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상승률 5.2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월세 가격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체감하는 전세난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준공 주택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전세 시장이 안정돼야 할 것 같지만 시장 흐름은 다른 모습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우선 급격한 주택시장의 구조변화다.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은 거시경제 여건 변화 등으로 전세 물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집주인은 저금리, 집값 상승 기대감 상실로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고 하는 반면, 임차인은 주거비 절감 차원에서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9월 누계기준)은 2011년 67.1%에서 올해는 58.4%로 급격히 감소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아파트 외의 주택과 비수도권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아파트 외의 주택은 월세 물량이 전세 거래량보다 많아졌다. 수도권 아파트의 월세 전환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011년 1월 대비 올해는 10.3% 포인트나 증가했다.

전세 세입자들은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은 전세를 선호하는 반면 집주인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월세를 고집하면서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용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닌 아닌 저금리·집값 상승 기대감 상실에 따른 전세의 급격한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 물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집주인이 주택임대차 시장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전세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올려주고라도 눌러 앉을 수밖에 없는 피동적인 구조로 변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느끼는 전세난은 실제보다 훨씬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또 2009~2011년 30% 가까운 전셋값 급등에 따른 상승분 누적도 최근 전셋값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전셋값 상승률이 크게 오르지 않았더라도 과거 급등한 전셋값 때문에 서민들이 체감하는 보증금 인상 부담은 높은 상황이다. 전세값 상승으로 5000만원 이하의 소액전세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2억원 이상의 고액전세 비중은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당장 전세난을 잠재울 수 있는 뾰족한 정책을 내놓을 수도 없다. 지난주에 발표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에 전세대책이 빠졌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월세는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1000만원 이하 보증금과 고액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전환되는 1억원 이상 보증금이 함께 증가하는 추세이다. 보증부 월세 가구는 전세에 비해 소득수준이 크게 낮고, 전세 대비 소득수준도 2006년 78.3%에서 2012년에는 64.1%로 급감했다.

정부도 전세의 월세 전환을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쪽으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 대신 월세, 특히 비자발적 월세 거주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갑자기 증가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쪽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4-11-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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