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다큐멘터리 ‘침묵의 숲’ 제작 비화 공개… 2년간 멸종 위기종의 ‘초음파 언어’ 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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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배청개구리’의 소리가 사라진 논의 풍경. 마운틴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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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배청개구리’의 소리가 사라진 논의 풍경. 마운틴TV 제공
마운틴TV가 2년에 걸쳐 제작한 UHD 특집 다큐멘터리 ‘침묵의 숲’이 연말 방송을 앞두고 제작 비화를 30일 공개했다.
이 작품은 인간의 가청 범위를 넘어선 ‘자연의 소리’(Soundscape)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생명의 위기와 회복의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이 보내는 ‘보이지 않는 신호’(초음파)를 채집하고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영상으로 번역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구태훈·나수정 PD는 “소리는 생명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가장 정직하고 본능적인 언어”라며 “이 다큐멘터리는 그 언어를 번역해 내려는 시도였다. 우리가 무관심했던 침묵 속에 사라져가는 생명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1000마리 남은 신종 개구리의 ‘절규’제작진은 사라진 소리를 찾기 위해 지리산, 오대산, 제주 곶자왈 등 전국 30여곳의 생태 현장을 2년간 누볐다. 그 여정에서 만난 첫 생명은 2020년 신종으로 밝혀진 노랑배청개구리였다. 우리나라 익산을 주 서식지로 하는 이 희귀종은 현재 1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멸종위기종 등재조차 되지 못한 채 서식지가 실시간으로 파괴되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제작진은 한때 ‘노랑배청개구리’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던 논에서,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자 이들이 처한 현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회상한다. 또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취재 중 로드킬로 죽은 어미 너구리를 마주한 장면은 제작진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유선이 부푼 어미의 죽음은 곧 새끼들의 생존 위협으로 이어지는 절망적 순간이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 순간이 이 다큐멘터리가 꼭 만들어져야 한다는 확신을 준 계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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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요제프 제틀레 박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마운틴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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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요제프 제틀레 박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마운틴TV 제공
‘사운드스케이프’ 기반… 세계적 석학들 대거 동참침묵의 숲은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생태학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소리(Sound)와 풍경(Landscape)의 합성어인 사운드스케이프는 자연, 생물, 인위적 소리가 만들어내는 총체적 소리 환경을 의미한다.
작품의 취지에 공감한 관련 분야 세계 석학들의 동참도 눈에 띈다. ‘동물의 의사소통’ 전문가인 장이권 이화여대 교수, UN IPBES(생물다양성 과학기구) 공동의장을 역임한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요제프 제텔레 박사(Josef Settele) 등이 인터뷰어로 참여했다.
특히, 베를린 자연사박물관 ‘동물소리 아카이브’ 관리자 칼 하인츠 프롬몰트 박사(Karl-Heinz Frommolt)는 1951년부터 녹음을 시작한 세계 최고(最古)의 자연음 기록을 이 다큐멘터리에 제공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인간의 귀로는 포착할 수 없는 초음파 영역까지 담아내는 특수 장비를 활용해 생물들의 ‘보이지 않는 신호’를 채집하고 영상으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애도가 아닌 공존의 대화”… 희망의 교향곡을 울리다침묵의 숲은 절망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나 PD는 “아직도 인간 이외 생물의 삶을 고려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이 작품이 생명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작은 시작이 되길 바랐다”며 “경고보다 공감과 사랑의 초대로 다가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이 작품은 자연을 위한 애도가 아니라, 공존을 위한 대화”라며 “모든 장면의 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채집한 소리만으로 구성하고 시네마틱한 영상미를 더해 시청자에게 숲이 들려주는 진짜 소리를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침묵의 숲은 2025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방송프로그램제작지원사업 공공 공익 다큐멘터리 부문 선정작으로, 올해 연말 마운틴TV를 통해 첫 방송된다.
서울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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