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욕조서 나온 ‘그 물질’ 검출 국제표준 도전하는 삼성의 ‘환경문제 덕후’

아기 욕조서 나온 ‘그 물질’ 검출 국제표준 도전하는 삼성의 ‘환경문제 덕후’

한재희 기자
입력 2020-12-21 19:19
수정 2020-12-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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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김재윤 프로 화상 인터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뢰성시험그룹 김재윤 프로가 최근 수상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표창(왼쪽)과 ‘2020 워크스마트 사내공모전’ 상장을 소개하고 있다. 김 프로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그가 주도해 개발한 ‘프탈레이트 검사 키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뢰성시험그룹 김재윤 프로가 최근 수상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표창(왼쪽)과 ‘2020 워크스마트 사내공모전’ 상장을 소개하고 있다. 김 프로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그가 주도해 개발한 ‘프탈레이트 검사 키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신뢰성시험그룹 김재윤(37) 프로는 ‘환경문제 덕후(한 분야에 몰두한 사람)’라는 애기를 자주 듣곤 한다. 평소 환경에 관한 언론 보도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논문을 찾아 읽는 범상치 않은 취미를 지닌 그는 6년 전 스마트폰의 유해물질을 검수하는 부서로 자원해 일과 취미가 같은 ‘덕업일치‘를 이뤄 냈다. 최근에는 2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프탈레이트’를 손쉽게 검출하는 키트를 완성하기도 했다. 최근 한 업체의 아기 욕조에서 안전 기준치의 612배가 넘게 검출돼 논란이 됐던 그 유해물질이다.

다른 회사로 치면 대리급에 불과한 김 프로가 주도해 국제표준에 도전해 볼 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이를 인정받아 그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표창과 사내공모전 최우수상(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1일 화상회의로 만난 김 프로는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 제품을 부드럽게 성형할 때 사용하는 발암물질·환경호르몬이다”면서 “면역 체계 물질로 몸이 잘못 인식해 몸에서 배출이 안 된다. 때문에 정작 감기 바이러스 등이 들어오면 (면역 능력이 없어)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프탈레이트가 검출되는지 정밀 분석하는 고가의 장비를 보유했지만 협력업체들은 그렇지 않다”며 “프탈레이트를 검사하려면 외부 기관에 의뢰를 맡겨야 하는 협력사들의 애로점을 해소해 주고 싶어 검사 키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김재윤 프로가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표창을 받은 뒤 ‘아빠가 최고’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을 손에 쥔 아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재윤 프로 제공
삼성전자의 김재윤 프로가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표창을 받은 뒤 ‘아빠가 최고’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을 손에 쥔 아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재윤 프로 제공
토목공학 학사 출신인 김 프로에게 프탈레이트 키트 개발은 녹록지 않았다. 2년간 읽은 논문만 100여편이고 대전 한국화학연구원, 구미 전자정보기술원, 경기도의 양자점 원천 기술 보유 업체 등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을 다 돌아다녔다.

김 프로는 프탈레이트에만 반응하는 ‘나노 복합체’를 개발해 키트를 만들었다. 마치 임신테스트기가 그러하듯 키트에 용액을 떨어뜨렸는데 두 줄이 나오면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기기의 일부를 화학물질로 녹인 뒤 이를 키트에 묻혀 검사를 진행하는데 요즘은 이러한 ‘전처리’를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게 개선 중이다. 프탈레이트 키트는 지난 4월 국제특허를 출원했으며 국제표준 등록에 도전하기 위해 서류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프로는 “만약 키트가 국제표준으로 등록되면 플라스틱을 가공한 제품에 널리 사용될 수 있다”며 “여섯 살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미래 세대들이 좀더 쾌적하고 깨끗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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