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 회원 본인 인증 사실상 불가능 포털 강제성 없고 자기 게시물 한정 시행 한 달 지나도 이용자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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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자, 사진 올렸다는 증명 못 해”
직장인 A씨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5년 전 자신이 올린 증명사진이 떠 있는 게 영 찜찜했다. 그러나 이미 그 사이트를 탈퇴한 상황이어서 자력으로는 사진을 삭제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정부의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신처럼 탈퇴를 한 사람도 과거 게시물을 지울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반색을 하며 지난달 해당 사이트에 사진 삭제를 요청했다. A씨는 그 사진을 올린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각종 서류와 신분증 사본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포털 측은 그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다. 포털 업체 직원은 “증명사진과 A씨가 제시한 신분증 사진이 같긴 하지만, A씨가 직접 사진을 올린 사실을 증명할 수가 없다”고 이유를 댔다. 그 직원은 A씨에게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이 아닌 초상권 침해로 다시 신고하라”고 했다.
인터넷의 ‘잊혀질 권리’(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인증의 어려움 등으로 이용자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센터에 항목 있지만 유명무실
지난 6월 30일을 기해 네이버, 다음, 네이트, 구글 등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련 조치를 취했다.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등은 방송통신위원회 요구대로 고객센터 신고센터 항목에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요청’의 별도 창구를 만들었고, G마켓 등은 ‘자주하는 질문’(FAQ) 코너 등에 안내문을 올렸다. 구글 코리아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네이트 신청 ‘0’…“복잡한 서류 누가”
하지만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포털 네이트의 경우 지난 한 달간 신청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포털 사이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탈퇴한 회원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탈퇴 회원의 본인 인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미 기존에 있던 제도로도 권리침해신고 등이 가능한데 누가 복잡한 신청 서류를 작성해 가면서까지 잊혀질 권리 서비스를 이용하려 하겠느냐”고 했다.
●“행정적 비용에 비해 실효성 떨어져”
전문가들은 법제화를 추진하던 ‘잊혀질 권리’가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바뀌고 대상을 자기 게시물로 한정하면서 힘을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기존 의도와 달리 적용 범위를 축소하다 보니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일반 국민들이 잊혀질 권리에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행정적인 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16-08-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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