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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탄받는 LH, 공공재개발 이끌 수 있나… 흑석 등 8곳도 지지부진

지탄받는 LH, 공공재개발 이끌 수 있나… 흑석 등 8곳도 지지부진

명희진 기자
명희진, 류찬희 기자
입력 2021-03-29 23:16
업데이트 2021-03-30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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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차 공공재개발 추진 전망

용적률 높여 혜택 줬지만 민간 기대 낮아
조합 추진해도 주민 동의받기 어려울 듯
협상 당사자 LH 신뢰 바닥쳐 쉽지 않아
박영선·오세훈 민간정비 지원 약속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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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SH 땅 장사로 5조 벌었다”
경실련 “SH 땅 장사로 5조 벌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공사(SH) 택지 매각현황 분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실련은 “SH가 지난 10년 동안 택지 매각으로 약 5조 5000억원을 벌어들이고도 ‘가짜·짝퉁 공공주택’을 공급했다”고 몰아붙였다. 오른쪽부터 윤은주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김 본부장,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정부가 29일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발표했지만, 이 사업의 한 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지탄을 받는 터라 정부 뜻대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지난 1월에 공공재개발지구로 지정한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등 8곳의 사업 추진도 더디기만 하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정비사업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공공기관이 조율하고, 개발이익을 공익으로 환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리·민간 업체 폭리 등으로 얼룩져 지지부진한 정비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이다.

도심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2·4 대책’의 한 축이기도 하다. 그래서 용적률을 최대 120%까지 늘려 주고, 조합원 의무 거주 미적용, 초과이익부담금 면제, 조합원 수익률 보장 등의 당근책도 주어진다.

정부는 갖가지 혜택을 줘 초기에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민간이 기대만큼 반기지는 않는다. 주민과 조합이 공공 주도 사업에 거리를 두거나 정부가 제시한 추가 수익 보장 등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여기에 LH 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진 것도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발표한 1차 사업 대상지 8곳도 LH가 주민 설명회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조합이 잘 따라주지 않고 있다.

조합이 LH, SH와 손잡고 사업에 동의했어도 사업 구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주민의 3분의2가 동의해야 한다. 조합에 맡겼던 주민 동의를 주민 협상력이 뛰어난 공공기관이 주도하면 쉬울 것으로 판단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LH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차 사업 후보지 가운데는 기존 정비사업 구역이 아닌 곳도 포함됐는데, 이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면 근거 법률도 마련해야 한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대한부동산학회장은 “LH 투기 문제로 공공기관의 불신이 높아져 사업 걸림돌이 생기고, 주민과의 협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도 변수다. 박영선·오세훈 시장 후보자가 민간 정비사업도 지원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공공재개발 사업에 적극 달려들지 않을 수도 있다.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A지역 재개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이 지지부진해 공공이 개입된 사업 방식 외에는 답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다만 LH 사태에 주민 우려가 커지고 있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 조합 관계자도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솔직히 LH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서 “공공기관 선정을 다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같은 회의적인 시각에도 사업 자체가 좌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민간에 비해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고 인센티브도 있는 만큼 민간 재개발로 돌아서는 사업장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21-03-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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