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1조원 매출 일본계 회사…감사보고서에 기부금 ‘공란’

한국서 1조원 매출 일본계 회사…감사보고서에 기부금 ‘공란’

입력 2017-03-27 15:01
업데이트 2017-03-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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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社에 韓소비자는 호갱인가…고배당·로열티로 국부 유출 논란

한국 소비자들 덕에 해마다 매출이 쑥쑥 늘어난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서 번 돈의 대부분을 고배당과 각종 로열티 등의 명목으로 해외로 빼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국내 기업 평균을 크게 웃도는 배당성향에 비해 턱없이 낮은 한국 사회 공헌도가 문제가 되자 비상장 유한회사로 법인형태를 바꾸는 ‘꼼수’로 비밀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 순익은 1조2천억인데 배당은 1조4천억…“실질 과세 해야”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포츠웨어업체 아디다스코리아가 지난 10년 간(2006~2015년) 한국에서 올린 누적 매출액은 5조4천16억 원에 달한다.

매출 규모가 2006년 2천170억 원에서 2015년 8천974억 원으로 10년새 231%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출고가 기준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에서 번 돈의 대부분은 배당금과 로열티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다.

아디다스코리아는 독일 ‘아디다스AG’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로열티에 해당하는 상표 사용료와 국제 마케팅비 명목으로 각각 매출의 10%, 4%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로열티로 지급된 돈만 6천935억 원이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조 원을 돌파했으므로 로열티도 최소 1천4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년 새 누적 배당금도 4천500억 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에 당기 순이익이 5천530억 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중 8할을 ‘배당잔치’에 쓰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는 필립모리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6년 2천234억 원이던 필립모리스코리아의 매출은 10년 만인 2015년에 8천108억 원으로 262% 급증했다.

10년간 누적 매출액은 5조2천억 원, 당기순이익은 1조2천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당기 순이익보다 2천억 원이나 많은 1조4천억 원이 배당금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로열티로 본사가 챙겨간 금액도 10년간 4천400억 원에 이른다. 로열티 비율은 매출의 6~12%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매출 성장세보다 로열티 금액이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곳도 있다.

일본계 SPA(제조·유통 일괄형)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 감사보고서를 보면 2006년 회계연도(2006년 9월 1일~2007년 8월 31일)에 340억 원이던 매출은 2015년 회계연도에 1조1천822억 원으로 34배 급증한 데 비해 로열티는 무려 100배 이상(2억3천만 원→248억 원)으로 뛰었다.

매출의 5% 정도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타벅스도 지난 10년간 로열티가 54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외국계 기업들의 과도한 배당금 및 로열티 책정은 세금 회피 목적으로 국내 이익분을 빼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너나 할 것 없이 한국에서 번 돈을 ‘회수’하기에 바쁜 외국계 기업들은 예외 없이 기부 등 한국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데는 인색하다.

스타벅스는 2015년 매출의 0.15%(12억4천만원) 정도를 사회에 환원했고, 아디다스와 필립모리스 두 기업의 기부금은 각각 매출의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1조 원 이상을 벌어들인 유니클로는 2015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상 기부금이 아예 ‘공란’이었다.

거액의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KCMI) 연구위원은 “과도한 로열티를 책정한다는 것은 좋게 말하면 절세이고, 나쁘게 말하면 세금 회피”라며 “미국의 경우 동종 업계보다 지나치게 로열티가 높은 기업의 조세 회피가 의심되는 경우 실질 과세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실질 과세 관련 근거 규정이 있어도 실제 집행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배당 저기부’ 문제되자 앞다퉈 유한회사 변경…“회계 투명성 강화해야”

상당수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금의 대부분을 고배당이나 로열티 명목으로 해외로 빼내가는 반면 한국 사회 공헌도는 터무니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문제점을 개선하기는 커녕 법인형태를 주식회사에서 비상장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꼼수’를 통해 오히려 비밀주의를 강화해 빈축을 사고 있다.

27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에 설립된 유한회사 수는 2만6천858개로 전년보다 1천568개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법 개정 전인 2010년 1만7천554개였던 국내 유한회사 수는 상법 개정 뒤 9천304개나 급증했다.

당시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의 사원(50인 이하) 및 최저자본금(1천만원 이상) 제한과 지분양도 제한 규정 등이 없어졌지만, 외부 감사 및 공시 면제조항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주식회사보다 설립이나 운영상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상장 유한회사로 회사를 등록해 운영할 경우 주식회사와 달리 매출, 영업이익, 배당금, 로열티, 기부금 등 민감한 재무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어 규제당국의 감시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애초 주식회사이던 루이뷔통코리아나 구찌코리아, 애플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유한회사로 법인형태를 잇따라 변경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법인형태를 유한회사로 변경한 뒤부터는 이들이 해외 대주주 배당이나 본사 로열티로 얼마를 가져가는지, 한국 내 기부금이 얼마나 되는지 등의 재무정보를 전혀 알 수 없게 됐다.

이런 점 때문인지 샤넬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프라다코리아,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등은 아예 한국에 진출할 때부터 법인을 유한회사로 설립했다.

이처럼 재무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 법인형태가 외국계 기업들의 비밀주의를 강화하는 ‘꼼수’로 악용되자 정부와 국회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정부 당국이 비상장 유한회사에 대한 회계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해 지난 1월 3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외감법 개정안은 이미 논의 과정에만 3~4년의 시간을 끌어온 데다 이번에 국회에 상정된 안도 조기 대선전 등의 대형 이슈에 묻혀 이미 3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외감법 개정안의 처리를 논의했으나 여야 간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통상 3일에 걸쳐 진행되는 법안 심사 시간이 대선을 앞둔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단 하루에 불과해 시간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탓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反) 기업 정서 등으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데 비해 외국계 기업들의 부적절한 경영관행에 대한 규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 역차별 논란이 나온다”며 “조속히 외감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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