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다져 영업이익률 5% 달성”
컨테이너선 중심 재편… 규모 유지시황 예측불가… 비전 실현 미지수
한진해운이 침몰하면서 유일한 국적선사로 남은 현대상선이 2021년 세계 7위권(80만 TEU급) 선사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2~3년간 내실을 다진 뒤 아시아·미주 시장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치킨게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2021년까지 글로벌 시장점유율 5%,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현대상선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우선 2018년까지 선대 확충을 자제하고 사업 구조를 컨테이너 중심으로 재편한다. 컨테이너선 숫자를 더 늘리지 않고 현재 보유한 66척의 선박 중 ‘반선’(빌린 선박을 선주에게 반납하는 것), 폐선되는 선박에 대해서만 대체선을 발주하겠다는 것이다. 벌크 사업도 수익 개선을 위해 철강석, 곡물 등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대신 원유 운반선 위주로 선대 구조를 개편한다. 하역비 등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미국 서안의 롱비치 터미널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단, 롱비치 터미널은 2M 소속 MSC가 대주주가 되고, 현대상선은 소수 지분만 보유하는 식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량 자산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후 일본 3사(NYK, MOL, K라인)의 컨테이너 부문 통합이 완료되는 시점인 2018년 말부터 본격적인 선박 발주에 나선다. 미주 노선 경쟁이 치열해지면 선사 간 규모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 것이다. 유 사장은 “재무구조가 견실화되면 2M과 진전된 형태의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장밋빛 전망이 현실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한진해운 미주 노선을 인수한 대한해운이 운임을 낮춰 공격적인 영업을 하게 되면 현대상선도 수익 개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주장(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이 나온다. 하명신 부경대 교수는 “2018년 이후 시황을 예측할 수 없다”면서 “손놓고 있다가 그때 가서 선대 규모를 키우겠다고 한다면 자금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12-13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