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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폭락했다고?”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유통단계 많아”

“쌀값 폭락했다고?”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유통단계 많아”

입력 2016-09-21 11:37
업데이트 2016-09-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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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햅쌀 가격은 지난해보다 되레 올라”농민-농협-도매업자-유통업체-소비자 등 ‘5단계’ 거쳐 가격↑

“쌀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기까지 한다는데 소비자 가격은 왜 그대론가요?”

전북에 사는 주부 김모(33·여)씨는 3년 연속 대풍이 들면서 벼 수매가가 25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의아해했다.

전업주부인 김씨가 직접 체감하는 쌀값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로 결혼 6년 차인 김씨는 “쌀값이 떨어졌다고 하는 데 마트에 가보면 한 번도 쌀값이 싸졌다고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며 “가끔 마트에서 할인행사를 할 때는 예외지만 햅쌀 같은 경우는 매년 조금씩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느끼는 ‘소비자 물가’는 정확한 것일까.

21일 전북 소비자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9월 둘째 주 전통시장, 중·소형마트,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10㎏ 쌀 평균가는 2만4천46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 쌀값인 2만1천25원보다 3천 원가량 올랐다.

반면, 전북지역 올해 벼 수매가는 조생종 벼 40㎏ 기준 3만5천∼6천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5천∼2만원 되레 하락했다.

여기에 중완생종 벼가 본격적으로 수확되면 벼 수매가는 더 떨어지게 된다.

국내 쌀 생산비율은 조생종 벼가 16%, 중완생종 벼가 84%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쌀값 추이를 보면 소비자들이 벼 수매가 하락에 따른 ‘이득’을 보긴 어려워 보인다.

농민단체는 벼 수매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소비자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여러 단계에 걸친 유통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쌀의 유통과정은 ‘농민-농협·민간RPC(수매)-도매업체(가공 및 유통)-유통업체-소비자’ 등 5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유통마진이 붙고, 단계별로 물류비도 추가돼 쌀 20㎏ 상품을 기준으로 최종단계에서는 1만원 가량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또 나락(도정 전 쌀)을 저장했다가 도정해 판매하기 때문에 현지 물가가 직접 반영되지 않는 것도 소비자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이효신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벼 수매가가 떨어져도 유통과정을 5단계나 거치기 때문에 과정마다 조금씩 더 이윤을 붙이게 되면 소비자들은 쌀값이 그대로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유통과정에 대한 변화 없이는 농민과 소비자만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쌀 소비가 줄면서 더는 쌀이 ‘인기상품’이 아니어서 유통마진이 다른 농산물이나 공산품에 비해 높지 않다고 반박했다.

민간RPC를 운영하는 A씨는 “쌀은 거의 유통과정에서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 특히 대형마트에서도 쌀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고, 시장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며 “그렇다 보니 유통마진을 많이 남길 만한 ‘여유’도 없다”고 항변했다.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도 “쌀을 통해 유통업체에서 수익을 남긴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쌀은 ‘미끼상품’으로 판매해, 반찬거리나 다른 식재료를 판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그래서 할인행사 등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기형적인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유통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농민단체는 주장한다.

이효신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현재의 유통구조는 너무 많은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유통단계를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매 주체인 농협에서 판로를 늘리고, 소비량이 많은 수도권 지역농협과 생산지역농협의 교류와 직거래 확대 등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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