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지난해 7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제치고 그룹 후계자 지위를 굳히는 분위기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일 양국에서 신동빈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는 중이긴 했으나 재계 안팎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신 전 부회장은 올해 2월 자신이 경영권을 되찾으면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에 1인당 25억원 상당의 주식을 배분하겠다고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놨으나 3월 주주총회에서 패하고 말았다.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핵심 지배고리가 되는 회사로, 종업원지주회는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갖고 있어 주총 승리의 핵심 요소다.
신 전 부회장에게 남은 카드가 별로 없었던 상황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는 반격의 기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게 되고 신동주 전 회장으로서는 재반격에 나설 명분과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10일 일본 현지 특파원을 대상으로 긴급성명을 내고 “창업 이후 최대 위기상황이라는 중대성에 비춰 정기 주총에 앞서 롯데홀딩스 및 종업원지주이사회에 대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협의의 장을 설치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준비를 위해 줄곧 일본에 머무르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8일 한국에 들어와 현재 병원에 입원한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을 간호하고 있지만 주총 준비를 위해 조만간 일본으로 다시 떠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이달 말 있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현 롯데 체제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며 경영권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남아있는 소송전에서도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 연루 의혹,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제2롯데월드 특혜 의혹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승기를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만으로 신동빈 회장의 ‘원(one) 롯데, 원 리더’ 체제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추정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 사태는 오너 일가 전체의 문제로도 볼 수 있는데 신동주 전 부회장이라고 완전히 예외일 수 있겠느냐”면서 “후계구도가 바뀌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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