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균에서 태어난 보톡스, 화학무기 될 뻔한 사연

식중독균에서 태어난 보톡스, 화학무기 될 뻔한 사연

입력 2015-04-20 07:13
업데이트 2015-04-2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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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면 ‘독’ 보톡스, 주름 개선부터 방광염까지 치료

19세기 초 독일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태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상한 소시지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반 식중독과 달리 증세가 심하고 치사율이 높던 이 병은 ‘보툴리즘’으로 명명됐다. 소시지를 뜻하는 라틴어 ‘보툴루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질병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1895년 벨기에의 미생물학자 에밀 피에르 반 에르멘젬은 처음으로 원인균, 바실루스 보툴리누스를 찾아냈다. 이 균이 만들어내는 신경 독소가 바로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 ‘보톡스(Botox)’의 주성분이다.

미용 치료의 대명사인 ‘보톡스(보툴리눔 톡신)’가 과민성방광증후군이나 편두통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로도 쓰인다고 한국앨러간이 20일 소개했다.

사실 이 물질이 미용 치료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다. 1996년에야 보툴리눔 독소의 미용 치료에 관한 첫 논문이 출판됐을 정도다.

세계 1·2차대전 시기까지만 해도 보툴리눔 독소는 이름 그대로 독이었다. 단 1g으로 수백만 명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생화학 무기 개발 시도가 이어졌다. 2차 대전 당시 미국 정보기관은 이를 이용한 독약을 만들고 매춘부를 통한 암살 작전까지 수립했지만 계획 수행 직전 시험 삼아 이 독을 먹인 당나귀가 멀쩡하게 살아남는 것을 보고 작전을 중단했다. 당나귀가 보툴리눔 독소에 면역이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보툴리눔 독소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신경독이다. 을지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는 “근육이 움직이려면 운동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전달 물질, ‘아세틸콜린’이 필요한데, 보툴리눔 독소는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방해한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근육의 과도한 수축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툴리눔 독소는 1978년 처음으로 인간의 질병 치료에 관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안구 근육이 불필요하게 긴장돼 생기는 ‘사시’가 보툴리눔 톡소의 첫 적응증이었다.

약 10년 뒤에 와서야 캐나다의 한 병원에서 보툴리눔 독소로 눈꺼풀 경련을 치료하다 미간 주름을 개선하는 효과를 우연히 발견했다. 과민한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얻을 수 있는 효과였다.

이 독소를 이용한 약제 중 대표적인 상품인 ‘보톡스’는 우리나라에서 만성 편두통과 과민성방광증후군도 치료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과민성 방광은 점차 노화하면서 근육의 탄력이 감소하고 신경계에 이상이 찾아오면서 발생한다. 보툴리눔 독소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분비를 막아 빈뇨 증상 등을 해결한다는 것이 한국앨러간의 설명이다.

한 달에 15일 이상의 빈도로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편두통이 진통제로 해결이 어려우면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치료를 시도한다. 보툴리눔 독소는 통증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막는, 더 근본적인 방식으로 증상을 완화한다고 제약사는 설명했다.

보툴리눔 독소는 다양한 질병에 쓰일 수 있지만 비싼 가격이 문제다. 주름 치료는 물론이고 사시, 편두통, 과민성방광 모두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보톡스’의 경우 소아마비 환자와 뇌졸중 이후 생긴 팔의 경직을 풀어주는 경우에만 보험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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