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대보증 면제 기업, 정부와 이익 나눈다

[단독] 연대보증 면제 기업, 정부와 이익 나눈다

곽태헌 기자
입력 2015-02-10 00:08
업데이트 2015-02-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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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부터 AA등급 이상 ‘면제’

연대보증 면제 혜택을 받은 기업이 수익을 내게 되면 정부와 나눠 갖는 방안이 추진된다. 계약이나 증서를 통해 기업 지분을 받거나 옵션 거래(미래의 특정 시기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정부가 선점하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혜택’을 준 만큼 ‘대가’도 받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보증 펑크’에 따른 손실을 메우고 더 많은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전문가들은 “성과 배분 기준을 지나치게 앞세우지 않는다면 효율적으로 세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 지원책을 수익모델화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창업 기간에 상관없이 우수 기업의 창업·경영자는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때 연대보증을 서지 않아도 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창업 3년이 지나면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관계없이 회사가 돈을 빌릴 때 창업·경영자가 반드시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 다음달부터는 AA등급 이상의 우수 기업은 연대보증이 자동 면제된다. 수혜 기업이 2000~3000개로 추산된다. 창업·경영자가 회사 빚을 떠안아 재기가 불가능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여기에는 세금이 들어간다. 금융위의 ‘비공개 업무보고 참고자료’에 따르면 연대보증 면제에 따른 예상손실액은 1500억원이다. 망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해를 거듭할수록 손실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으로 하여금 (연대보증 면제 혜택 기업들의) 위험 관리를 잘하도록 해 국민 세금 낭비가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더라도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성과 공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지분을 직접 받으면 기업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어서 지분을 받을지, 옵션을 받아 추후 권리를 행사할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이렇게라도 위험 대비 수익을 확보하는 게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이른바 ‘꺾기’(대출을 빌미로 예금을 강권하는 것) 논란이 생길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금을 눈먼 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창업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정책 방향에 따라 창업 시장이 흘러가거나 연대보증이 자동 면제되는 AA등급 등 우수 기업의 경우 수익을 나눠 줘야 하는 불리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원책을 수익모델화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우려했다.

금융위는 신·기보에 ‘사고율’과 ‘보증 공급액’ 두 가지 목표치를 주고 성과평가에도 반영할 방침이다. ‘보증액’을 높이는 데만 신경 쓰면 사고율이 올라가고, ‘사고율’만 관리하면 보증 면제라는 애초 취지가 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맺어 투명경영·도덕경영 여부도 상시 확인하기로 했다. 기업이 회계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공시의무를 제대로 지키는지, 위법행위는 없는지 리스크를 상시 점검할 방침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안원경 인턴기자 cocang43@seoul.co.kr
2015-0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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