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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학대·방임’ 안보이는 아동학대는 어떻게 막나

’정서학대·방임’ 안보이는 아동학대는 어떻게 막나

입력 2015-01-19 10:27
업데이트 2015-01-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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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어린이집서 정서학대·방임 발견 어려워…신체학대 비해 신고율 낮아

A어린이집의 보육교사 B씨는 야간에 잠을 자는 원생들에게 “니 00 닮아 말을 안듣니?”라는 폭언을 했다.

C어린이집의 보육교사 D씨, 생후 10~19개월된 유아에게 가만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거나 찬송을 하라고 강요했다.

E어린이집의 보육교사 F씨는 아동들을 재운 뒤 30분 정도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깨어난 만2세 어린이는 교사를 찾으며 20분 넘게 교실을 헤매다가 오줌을 쌌다.

지난 수년 사이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이 사례들은 모두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A어린이집과 C어린이집의 사례는 ‘정서학대’이며 E어린이집의 경우는 ‘방임’이다.

정부가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보육교사 폭행사건 이후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내 놨지만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학대’는 CCTV 설치로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학대까지 막기 위해서는 규제 처방보다는 어린이집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보육교사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9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3년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돼 아동학대로 판정을 받은 1만231건 (중복 포함) 중 정서학대는 37.6%, 방임은 27.8% 를 차지했다.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성학대, 정서학대, 방임 등 4가지로 나뉘는데, 비교적 확인하기 어려운 정서학대와 방임이 65.4%나 돼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는 신체학대(30.9%), 성학대(3.7%)보다 오히려 많았다.

하지만 장소를 어린이집으로만 한정하면 정서학대와 방임 적발 사례는 확 줄었다. 이는 폐쇄적인 어린이집에서의 정서학대나 방임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서학대나 방임은 신체학대나 성학대와 달리 CCTV가 설치돼있다고 해도 학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같은 기관이 펴낸 ‘2013년 아동학대 사례 연구-어린이집을 중심으로’를 보면 2010~2012년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중복 포함) 중 정서학대(24.8%)와 방임(13.3%)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학대는 38.1%였다. 전체 아동학대를 기준으로 한 통계치의 58.3% 수준으로 확 줄었다.

어린이집에서 확인된 학대의 절반 이상인 59.3%는 신체 학대였으며 성학대는 2.7%였다.

정서학대에는 거부 또는 경멸의 행위,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위, 고립시키는 행위, 착취 및 타락시키는 행위 등이 있다.

밥먹는 속도가 느리다고 연령이 낮은 반으로 보내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든가 아동들을 집어서 밖에 버리겠다고 위협한 경우, 울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불꺼진 화장실이나 방에 가두는 경우가 모두 정서학대에 해당한다.

방임에는 돌봄방임, 의료방임, 감독방임 등이 있다. 상한 음식을 주는 경우,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을 제공해 아토피 증상이 심해지게 하는 경우, 곰팡이가 핀 장난감을 주거나 수족구에 걸린 아동을 등원시키는 경우, 실수로 어린이집 차량에 아이를 장시간 갇히게 하는 경우 모두 방임이다.

정서학대와 방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직접적이고 상시적으로 어린이집의 운영 상황을 들여다보고 아동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옥 덕성여대(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정해진 시간에만 부모들이 직접 어린이집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데서 벗어나 어려움 없이 어린이집을 찾아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원웨이미러(One-way mirror·한쪽으로만 보이는 유리)를 설치해 부모들이 보육 상황을 볼 수 있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들을 스트레스로 내모는 상황을 줄이고 자격부여·보수교육 체계를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보조교사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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