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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키운 면세점, 계속 만세 부를까

판 키운 면세점, 계속 만세 부를까

입력 2015-01-16 23:48
업데이트 2015-01-1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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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천공항·시내 면세점 쟁탈전… 유커 밀물에 여전히 황금알 사업… 관세율 낮아지고 한류 식을 땐 오리알 될 수도

사방팔방에서 중국어가 들린다. 관광객인 줄 알고 중국인들이 말을 걸어온다. 한방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나 후 매장은 늘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많다 못해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물건 구매가 가능하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0층 롯데면세점은 과연 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를 만큼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 났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 산둥(山東)성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는 허빙(23)씨는 버버리에서 240만원짜리 옷을 구입하고 불가리에서 250만원짜리 가방을 사는 등 1시간 만에 1만 달러 이상의 명품 쇼핑을 즐겼다. 그는 또 제이에스티나에서 목걸이와 팔찌 등 액세서리 5개를 200만원어치 샀다. 그가 5개 상품을 구입하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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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업계가 폭발적인 소비력을 갖춘 중국인 관광객(유커) 덕분에 매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올해도 유커의 수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면세점 시장을 보는 시각은 긍정적이다. 또 시내 면세점이 추가로 생길 계획인 데다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등 시내 면세점에서 새 사업자를 뽑을 예정이라서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뜨겁다. 과연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아니면 어느 순간 유커가 줄어들면 훅 하고 꺼져 버리는 불꽃같은 도박일까.

●5년간 매년 급증·작년 매출 7조 5000억… 백화점·마트보다 증가율 3배

면세점 사업이 현재 돈이 되는 사업인 것은 분명하다. 유커가 증가하면서 면세점 매출도 동시에 늘었기 때문이다. 유커는 지난 5년간 급증해 왔다. 유커의 수는 2010년 187만 5000명으로, 국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비중(21.3%)이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2013년에는 전년 대비 200만명 가까이 증가한 432만 6000여명을 기록하며 유커의 비중이 35.5%를 차지하기도 했다.

수요가 많은 덕분에 시장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은 2010년 4조 5000억원, 2011년 5조 3000억원, 2012년 6조 3000억원, 2013년 6조 8000억원으로 매년 수천억원 이상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은 7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백화점과 마트의 매출 증가율이 2~3%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보면 사업성이 큰 셈이다.

실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부의 세 층을 쓰는 롯데면세점 본점이 국내 유통업계 1위 매장(연간 판매액 기준)에 올랐다. 지난해 서울 롯데면세점 본점의 판매액은 1조 9000억원을 기록, 1조 8000억원대에 그친 롯데백화점 본점을 추월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롯데면세점 본점은 지난해 전년 대비 4000억원 이상 많이 팔았지만, 롯데백화점 본점은 2년 연속 1조 8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1979년 12월 개장 후 34년간 국내 유통업계 1위 자리를 지켜 왔다.

관련 업계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신라의 주가는 지난해 1월 2일 6만 5500원에서 12월 30일 9만 1400원으로 39.5% 급등했다. 유커들이 좋아하는 한방화장품인 설화수 등을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상승은 더욱더 놀랍다. 지난해 1월 2일 100만 7000원이었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2월 30일 222만원으로 2배 이상 뛰어올랐다.

●기존 신라·롯데에 부영·현대산업개발까지 뛰어들어

이처럼 유커를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이 돈이 되자 정부도 면세점 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시내 면세점 4곳 개설과 호텔 객실 5000실 추가 공급 계획 등을 밝혔다. 정부가 나서서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관광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 투자와 함께 내수까지 늘리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정부의 방침에 기업들도 입맛을 다시고 있다. 새로 들어서는 시내 면세점은 물론 올해 특허 기간이 끝나 조만간 새로 특허 신청을 받는 곳이 꽤 있어 이번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할 호기이기 때문이다. 먼저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제주시내 면세점에 대한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오는 3월 21일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제주시내 면세점 1곳에 대한 특허 신청을 받은 결과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부영그룹 등 3개 업체가 신청서를 냈다. 특히 임대주택으로 유명한 중견 건설사인 부영그룹은 그동안 면세점 사업을 하지 않았지만 관광레저산업을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정하고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부영그룹처럼 면세점 사업이 없음에도 새롭게 진출하려는 기업에는 현대산업개발도 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2일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예정된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용산에 자리 잡은 현대아이파크몰 주변 교통이 편리하고 주위에 박물관과 남산이 있으며 호텔 단지도 조성할 예정이라 관광 인프라가 풍부해 글로벌 콘텐츠와 접목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세계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도 오는 19일 입찰 참가 신청서를 받는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는 현 입점 업체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물론 유통 대기업 신세계그룹과 세계 면세업계 1위인 DFS그룹과 2위 듀프리 등도 참여할 전망이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 양날의 칼·비싼 임대료로 배보다 배꼽 클 수도

하지만 ‘특허권 획득=엄청난 수익’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경우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항면세점은 전용면적 3.3㎡당 1억원을 훌쩍 넘는 임대료로 사업성에 비해 지출이 커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일단 전문가들은 면세점 사업이 위험성이 있긴 해도 기회가 더 큰 사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하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단일 국가에 대한 의존도 자체가 높다는 것은 리스크(위험성)가 크다는 것으로 한국인들이 외교 관계나 방사능 영향 등으로 일본 여행을 많이 가지 않았던 것처럼 언젠가 유커들이 확 줄어들 리스크는 있다”면서도 “중국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가 많아지고 소비 자체도 늘고 있어 이에 따른 면세점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커는 매년 수백만명 들어오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1800만~2000만명 이상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 리스크보다는 기회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면세점 고객은 유커만이 아니라 동남아 관광객, 일본 관광객도 있고 한국인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면세점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세”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이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재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한국관세학회장)는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되면서 관세율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과 중국 등에서 면세점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등 면세점 사업이 앞으로 어려워질 수 있는 요소는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2015-01-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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