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불친절한 ‘은행 환전 수수료 공개’

너무 불친절한 ‘은행 환전 수수료 공개’

입력 2014-07-18 00:00
업데이트 2014-07-18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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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율·우대쿠폰 등 제각각… 고객이 계산기 직접 두드려봐야

태국으로 떠나는 여름휴가를 앞둔 직장인 최현수(29·여)씨는 한푼이라도 저렴하게 환전하려고 5개 은행의 홈페이지에 동시에 접속했다. 태국 밧화 현찰 가격을 살펴보니 17일 정오 기준 외환은행이 1태국밧당 34.00원(수수료율 6.00% 포함), 국민은행 33.98원(5.96%), 신한은행 33.68원(5.00%), 우리은행 32.76원(2.0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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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으로 따지면 고작 원 단위의 차이였지만 환전 규모가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환전 금액을 계산하기 시작한 최씨는 순간 아차 싶었다. 환전 수수료율 우대 쿠폰이 은행마다 30~90%로 제각각이고 거래실적과 이벤트에 따라 수수료를 깎아주는 비율이 천차만별이라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봤자 실제 환전받는 금액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최씨는 “이런 ‘불친절한’ 정보 공개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들이 지난달 30일부터 전면 공개하고 있는 환전 수수료율이 고객들의 환전 은행 선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원성이 높다. 이전까지 각 국가 화폐의 환율을 금액 기준으로 고시한 것과 달리 매매 기준율과 환전 수수료율을 따로 명시하고 있지만 불친절한 고시와 복잡한 환율 우대 계산 방법 때문에 ‘더 저렴하게 환전할 수 있는 은행을 찾게 해준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고객들의 선택권을 높인다며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환전 수수료율을 모두 공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각 은행은 자체 책정한 수수료율을 적용해 최종 외화 가격을 결정한다. 수수료에는 해외 은행과 외화거래에 쓰는 비용이나 외화 수송에 따른 항공료, 보험료 등이 반영돼 있다. 은행마다 외화 조달 비용이 조금씩 달라 외국 돈의 값이 조금 더 싼 은행과 비싼 은행으로 나뉜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환전하고 싶은 고객들은 최씨처럼 각 은행 홈페이지에 일일이 들어가 직접 계산해 봐야 하는데 각 은행이 자사 홈페이지에만 고시하고 있어 한눈에 비교가 쉽지 않다.

금감원은 은행 홈페이지와 함께 영업점에도 수수료율을 게시하도록 했지만 상당수 지점에서는 고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지점들은 고객이 수수료율에 대해 물을 때만 직원의 컴퓨터 모니터를 돌려 보여주거나 즉석에서 출력해 주고 있다.

결국 당초 취지대로 각 은행의 환전 수수료율을 꼼꼼히 따지기 위해서는 여전히 고객이 여러 은행의 매매기준율과 수수료율을 비교하고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 계산기를 두드려 보는 수밖에 없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 홈페이지에서 모든 은행의 예금이나 대출 금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환전 수수료율 역시 공동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4-07-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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