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리나”…이주열 금리 깜빡이 급변경

”기준금리 내리나”…이주열 금리 깜빡이 급변경

입력 2014-07-10 00:00
업데이트 2014-07-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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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가 향후 통화 정책의 방향을 알려주는 깜빡이를 좌회전에서 우회전으로 급변경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을 앞두고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군불 지피기’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이 총재 금리 인하 가능성 열어놓는 발언 쏟아내

지난달까지도 향후 기준금리의 인상을 시사하면서 매파적 발언을 거듭해온 이주열 총재가 금리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깜빡이를 급변경했다. 갑자기 비둘기파로 변신한 셈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내수가 위축돼 성장세가 둔화됐다”, “향후 성장경로에 하방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본다”, “시중 유동성이 실물 부분에 원활히 흘러갈 수 있도록 자금흐름을 개선해나가겠다” 등이다.

지난달까지 그가 금리 정책에 대해 늘어놓던 발언과 비교하면 어감도 크게 다르다.

그는 취임 이후 최근까지 “앞으로 기준금리의 방향은 인하보다 인상이 아니겠느냐”, “현재의 금리 수준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데 부족하지 않다” 등의 발언을 거듭했다.

물론 이 총재는 이날도 “지금의 금리 수준이 실물 경제활동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는 말했다.

그러나 “성장세가 주춤했고 (통화정책의) 완화 수준도 종전보다 좀 더 줄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무엇보다 기조 변화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등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을 한 것이다.

일단 시장이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 총재의 발언을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에 동결과 인상만 있던 선택지에 인하를 추가한 것”이라며 “이달 하순 산업활동동향과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고서 기준금리 조정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좌회전 신호 켜고 우회전’ 김중수 총재 판박이되나

작년 3월 현 정부가 출범한 뒤 추가 경정 예산안 편성이 논의되던 시점에서 당시 김중수 총재가 이끌던 한은은 정부와 여권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를 한동안 거부했다.

그러다가 시장에서 기대를 접으려던 5월 ‘깜짝 인하’를 결정했다. “좌회전 신호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사게 된 이유다.

이 총재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추경 편성의 가능성을 최근 열어놨다. 그의 내정 이후 자금 시장에서는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났다.

작년 5월 금리 인하 전에 금통위원들간에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렸듯이 이번 금통위에서도 소수의견이 나왔다.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기는 거의 1년만이다.

소통과 신뢰를 강조해온 이 총재의 이런 행보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좌회전 신호켜고 한참을 달리다가 우회전으로 갑자기 신호를 바꾼 셈”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신호를 바꾼 이유가 주목된다.

이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을 거론했지만 시장에서는 현 정부의 압력 가능성, 초보자의 실수 등 여러 해석이 나온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0%에서 3.8%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데 비해 이 총재의 인식 변화폭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0.2%포인트 하향조정은 상반기의 부진을 반영한 것으로 하반기 회복 흐름에 대한 시각은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이 총재는 경기 하방 리스크를 강조하는 등 엇갈린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가 경기 판단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라리) 김중수 총재가 그립다”면서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이 총재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정부와의 정책 공조와 관련, “경제를 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각자 고유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전체적인 정책 효과가 최대화되도록 조화롭게 운영하는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고 그럴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향후 금리조정은) 인상 쪽이라고 말한 건 무책임했다. 아마추어 같은 실수는 다시 안 했으면 좋겠다”며 초보 운전자의 실수론을 폈다.

금리조정의 방향을 인상 쪽으로 제시한 당시가 실수였고 이번에는 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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