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도 금으로’…금시장 열어도 음성거래 여전

’수수료도 금으로’…금시장 열어도 음성거래 여전

입력 2014-07-04 00:00
업데이트 2014-07-0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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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자 유인책 부족…업계 “세금공제 제도 마련해달라”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한 금 정련업체인 삼덕금속에 들어서자 금반지, 금팔찌 등이 뒤엉킨 귀금속 보따리가 눈을 사로잡았다.

귀금속 유통업자가 시중에서 사들인 잡금을 덩어리 금으로 정련하기 위해 공장으로 보낸 것이다.

소비자가 흔히 금은방에서 돌 반지를 녹여 새 반지를 만들어 달라고 하듯이, 유통업자들도 수집한 금을 정련업체에 파는 대신 수수료만 내고 ‘임가공’(賃加工)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KRX 금시장에 공식 금 정련업체로 참여하는 삼덕금속은 자잘한 임가공 거래에 대해서도 일일이 세금 신고를 하는 투명한 업체다. 하지만 시중 대부분 업체가 이 같은 금 거래를 기록에 남기지 않은 채 음성적으로 진행하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현금 기록조차 남기고 싶지 않아 임가공 수수료를 금으로 대신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금 11g 가공을 맡기고 10g 어치만 되가져가는 식이다.

지난 3일 KRX 금시장 개장 약 100일 맞아 방문한 삼덕금속의 최팔규 회장은 “이것이 현실 속 금 유통의 기본 구조”라며 “공개시장이 마련됐음에도 유통 금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분석으로는 밀수금을 빼더라도 연간 국내 금 유통규모인 100~110t 중에 음성적인 거래가 55~75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거래소는 음성적인 금 거래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해 지난 3월 말 국내 최초의 금 현물시장을 출범했다.

개장 3개월이 지난 현재 KRX 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3.7kg으로 집계됐다. 민간 대형 금 거래 업체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30kg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다.

물론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5월 말에는 개장 이후 처음으로 하루 거래량 10kg을 넘기며 최대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KRX 금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10kg 정도는 돼야 공개시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의미 있는 성장이다.

거래소는 KRX 금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전까지 공개시장에 금을 직접 공급할 수 없던 유통업체들이 시장에 들어올 길을 열어줄 방침이다.

현 규정으로는 정련업체와 제련업체, 수입업체들만 거래소에 금을 입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금 유통업자들이 KRX금시장에 참여하려면 이들 업체에 금을 팔아 간접 입고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도현 한국거래소 금시장준비팀장은 “유통업자 입장에선 보유한 금을 다 생산업자에게 넘겨야 하다 보니 불만이 컸다”며 “앞으로는 공급 다변화의 하나로 제한된 범위에서 유통업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 관련 종사자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무엇보다 세금에 대한 우려부터 불식시켜줘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 회장은 “금값 자체가 비싸다 보니 업자들은 작은 세금이나 수수료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세금을 줄여주는 ‘고금(古金) 의제매입 세액공제 제도’를 재도입하면 음성시장의 금이 양성시장으로 넘어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금 의제매입 세액공제 제도란 고금을 수집하는 사업자가 시중에서 금을 사들여 되팔 때 세금 일부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현재 금 거래에 붙는 부가세 10%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 제도는 지난 2008년 7월 금 거래 양성화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해 다시 폐지됐다.

공 팀장은 이와 관련해 “정부가 금 공개시장을 마련한 가장 큰 이유는 세수 확보에 있다”며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에서 세금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금 거래 양성화를 위해선 금을 살 때 세금을 내지 않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최 회장은 “음성시장에서는 순도가 떨어지는 금에 비싼 값을 부르는 부당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며 “소비자가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자발적으로 현금영수증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 양성화에 일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달부터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의 발급 의무 기준 금액이 30만원 이상에서 10만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기본 거래가가 높은 귀금속은 사실상 대부분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야 한다.

3일 현재 KRX 금시장에 상장된 금은 1g당 4만3천150원에 거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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