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자산매각 지연…유동성 위기 재발 ‘우려’

동부 자산매각 지연…유동성 위기 재발 ‘우려’

입력 2014-07-02 00:00
업데이트 2014-07-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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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특수강 팔았지만 들어온 돈 없어…매각 포기한 곳도당진발전만 신속 매각될 듯…채권단 책임론도

동부제철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동부그룹이 단기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애초 밝혔던 자산매각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위기 재발 우려를 낳고 있다.

동부 채권단 관계자는 2일 “매각이 성사된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면 동부가 지난해 마련한 자구계획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율협약 체결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동부인천스틸 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동부당전발진)의 매각 무산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자산들의 매각 진행 상황도 여의치 않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앞서 동부는 지난해 11월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항만, 동부발전당진 지분,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 주요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을 보태 내년까지 총 3조원을 마련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매각이 완료되거나 매각 마무리를 앞둔 곳은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특수강 2곳뿐이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자구계획 발표 이전부터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었고 동부특수강은 다시 제3자 매각을 앞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 실적이 매우 저조한 셈이다.

동부제철 자회사인 동부특수강의 경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사모펀드(PEF)를 조성해 지난달 30일 인수를 마쳤다.

매각 대금 1천100억원이 동부제철의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 회사가 거머쥔 돈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동부특수강 지분을 회사가 다시 사들이면서 들어간 700억원을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산은PE에 후순위 투자자로 270억원을 재투자하기로 한 부분과 기타 비용까지 제외하면 사실상 매각으로 남는 돈이 거의 없게 된 셈이다.

동부특수강은 다만 산은PE가 제3자에게 1천100억원보다 비싼 값에 매각에 성공한 경우 차액을 되돌려받기로 했기 때문에 향후 매각 대금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동부특수강 매각에는 현대제철, 세아특수강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투자유인서 발송도 이뤄지지 않은 단계여서 매각 완료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동부익스프레스의 경우 지난 5월 동부건설이 보유한 지분 50.1%를 사모펀드 KTB PE에 매각했다. 매각대금 1천540억원 가운데 KTB PE에 다시 출자한 500억원을 제외하면 동부건설에 남은 매각대금은 1천억원 수준이다.

동부당진항만은 동부특수강처럼 산은PE가 1천500억원에 인수해 제3자에게 매각할 방침이었으나 매각 방침을 철회하고 담보 대출로 전환했다.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의 매각 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동부 구조조정안의 축의 하나인 동부하이텍의 경우 지난달 18일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애초 내달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동부제철 자율협약 등의 여파로 매각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매각이다. 동부제철 매출의 37%를 차지하는 인천공장은 자구계획안의 핵심 매물이다.

동부인천스틸의 토지 및 건물 장부가액은 6천700억원 수준이며 KDB등에 4천억원의 담보가 설정돼 있다.

냉연제품 등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국내 다른 철강사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철강업계 현실로 볼 때 인천공장이 빨리 매각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인천공장 매각을 통한 부채환수 계획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부인천스틸 패키지에 묶였던 동부발전당진은 이르면 연말부터 전력 생산이 가능한 데다 송전망 문제 등도 상당 부문 해결돼 에너지사업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매물이다.

산은은 지난달 30일 투자유인서를 보냈고, 앞서 동양파워 인수전에 참여했던 포스코, 삼탄, SK, GS, 대림 등이 동부발전당진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신속한 자금 조달을 위해 매각 시일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달초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하고 입찰적격자를 상대로 실사를 진행, 내달까지 인수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목표이다.

동부발전당진을 제외하면 사실상 매각 진행이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애초 자구계획에 따라 매각이 원활히 진행되더라도 충분한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자산이 담보로 잡힌 상태”라며 동부 측의 자구계획안이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동부 측은 매각 지연의 책임을 채권단에 돌리는 입장이다. 핵심 매물이었던 동부인천스틸을 경쟁 입찰에 부치지 않고 포스코와의 수의계약을 강행하다 시간만 끌었다는 것이다.

다만 ,자구계획이 이행되면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동부발전당진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매각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며 “채권단에서는 전격적으로 자율협약 추진 발표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자구계획을 실행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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