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속 대형사업장서 잇단 사고…안전지침 ‘무색’

참사 속 대형사업장서 잇단 사고…안전지침 ‘무색’

입력 2014-04-29 00:00
업데이트 2014-04-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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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두 달 내 사망사고만 3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계가 각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지만 실상은 거꾸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여전한데도 유력 기업에 속한 사업장에서 대형 화재와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대다수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로 추정되면서 재계의 다짐은 헛공론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49분께 울산 동구의 현대중공업 사업장 내 부두 도로에서 협력사 직원 김모(38)씨가 2m 아래 바다로 추락해 숨졌다.

김씨는 부두 도로에서 대형 선박 블록을 운반하는 차량에 수신호를 보내며 뒷걸음질치다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바다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작업이 빈번한 부두 도로에 변변한 난간조차 설치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경찰과 소방당국은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업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 16일 이후로 2건의 화재가 발생, 4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지난 21일 오후 선박 건조장에 있던 LPG선박에서 불이 나 협력사 직원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사흘 뒤인 24일 오후에도 석유정재저장선박의 갑판에서 보온재가 타는 사고가 났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해당 LPG 선박의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회사 측에서도 특별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초긴장 상태로 안전 점검이 이뤄져야 할 사업장에서 며칠 만에 인부 추락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이 사업장에서는 한 달 전에도 같은 추락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25일 현대중공업 울산 사업장 14안벽에서 선박 건조작업을 하던 김모(52)씨 등 3명이 바다로 추락해 2명은 구조됐지만 김씨는 숨을 거뒀다.

대기업의 허술한 안전관리 실태를 엿볼 수 있는 사고는 이곳저곳에서 터졌다.

전날 오후 2시49분께에는 대전시 대덕구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났다. 불은 창고 4천400㎡를 태우고 7시간 만에 꺼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수십억원대의 재산피해가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낮에는 경기도 과천의 삼성SDS e-데이터센터 3층 외벽에서 불이 나 사무실 일부를 포함해 2천700㎡를 태운 뒤 7시간 만에 꺼졌다.

이 사고로 삼성SDS가 서버를 차단, 삼성카드 홈페이지 및 모바일 접속과 온라인 쇼핑몰 결제 등의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건물 외벽에 붙은 비상발전기에서 배기가스를 빼내는 연통이 과열되면서 불이 난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4일에는 울산시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72만배럴 규모의 원유탱크에서 균열이 발생, 원유가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빚어졌다. 발암물질인 벤젠 등이 함유된 14만 배럴 이상의 기름이 유출되면서 사고를 수습한 소방관들이 두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월에도 전남 여수의 GS칼텍스 원유2부두에서 유조선 우이산호가 접안을 시도하다 송유관 3개를 파손, 최소 655㎘에서 최대 754㎘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됐다. 우이산호의 과속 접안이 사고 원인으로 조사됐다.

잇단 대형 사고를 지켜보던 재계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관리 강화 지침을 지난 24일 회원사에 내려보냈다. 철저한 안전경영 체계 수립과 예방 활동이 주문사항이었지만 ‘보란듯이’ 안전 사고가 뒤따랐다.

전날 추락사고가 난 현대중공업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각 사업본부 산하 9개의 안전환경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편하고 총괄책임자를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하는 등 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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