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센터에 부자들의 주택투자 상담 ‘뚝’

은행 PB센터에 부자들의 주택투자 상담 ‘뚝’

입력 2014-04-10 00:00
업데이트 2014-04-1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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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과세 방침에 민감… “과세 자료 노출 꺼려”

“부자들이 아파트 등 주택에는 거의 관심이 없네요. 투자용 상담은 뚝 끊겼습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 부동산 팀장의 말이다.

은행 PB 고객은 현금성 자산이 많은 부자이면서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주택 투자 수요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 팀장은 “과거에는 부자들이 집을 여러 가구 구입해 임대를 놓기도 했지만 최근엔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서 투자상품으로 매력을 못느끼고 있다”며 “다주택 보유가 기본인 은행 PB 고객들이 요즘 주택 투자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현재 주택을 찾는 부자들은 실거주용이거나 결혼·출산을 앞둔 자녀에게 집을 사주려는 수요가 대부분”이라며 “부자들도 주택만큼은 ‘실수요자’로 바뀌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전·월세 과세 방침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집을 통해 임대수입을 얻던 부자들이 소득세 과세로 구입을 꺼리고 시장 분위기를 더욱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PB센터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전·월세 과세 방침이 나온 뒤 임대용으로 집을 사겠다는 부자들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세금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과세 자료가 노출되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팀장은 “양도소득세·취득세는 실거래가 과세가 정착됐지만 주택 임대소득만큼은 사각지대였고 부자들이 이 때문에 부동산 투자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과세가 투명해지면서 부자들의 투자 의지가 꺾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임대수입 목적의 오피스텔 투자도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전·월세 과세 방침 이후 PB 고객들의 주택 투자 문의가 확 줄었다”며 “일부 ‘집부자’들은 소득 노출을 꺼려 보유 주택을 파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고객들이 6월로 예상되는 전·월세 소득세 부과 관련 국회 법안 심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회 통과나 지자체장 선거 등이 주택 투자 심리를 되살릴지, 완전히 꺾을지 여부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때 부자들의 관심 대상이던 재건축도 인기가 시들하다. 주택경기 침체로 10년 장기투자는 기본인데다 과거에 비해 투자수익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박합수 팀장은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등 ‘프리미엄급’ 단지에는 일부 부자들이 관심을 보이지만 투자 목적보다는 입지여건 등을 보고 본인이 직접 입주해 살기 위한 것”이라며 “재건축 투자도 거주용이거나 자녀 증여용 목적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감소하면서 토지 투자 수요는 아예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부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부동산은 역시 중소형 상가 건물이다. 이들은 30억∼50억원 안팎의 중소형 상가 투자에는 여전히 열을 올리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가로수길), 압구정동, 청담동, 강남역 일대 중소형 건물을 가장 선호한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의 중소형 건물 투자는 부자들의 로망”이라며 “그러나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부자들도 신중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베이비부머 가구들의 은퇴가 가속화하면서 부동산 투자보다는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정부의 전·월세 과세 방침에 따라 부동산은 안정적 수익이나 시세차익이 가능한 ‘똘똘한 부동산’에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현금성 자산 보유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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