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꼭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어야 하나”

“국민연금, 꼭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어야 하나”

입력 2014-03-16 00:00
업데이트 2014-03-1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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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취임 당시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강화의 밑바탕이 되는 장기적 투자성향이 부족하고, 일각에서 ‘관치’에 대한 우려 섞인 비난이 제기됐던 탓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수탁자의 책무인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려면 객관적이고 투명한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덩치 크고, 눈치 보고”…국민연금 ‘반쪽’ 의결권

국민연금이 다른 외국 연기금과 비교해 의결권 행사의 적극성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특유의 지배구조와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투자성향이 꼽힌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의결권 행사의 중요한 전제 조건은 장기투자인데 현재 국민연금의 운용과 위탁운용사의 인센티브 및 성과평가의 기준은 단기적 성과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다 보니 의결권 강화와 같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확대는 ‘관치금융’ 또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받기가 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주주권 행사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내 비중이 다른 외국 연기금보다 월등히 높아 주주권 강화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주식의 평가액은 85조원으로 시총의 6.6% 수준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이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피하면서도 국민의 자금을 자신의 재산처럼 관리해야 하는 수탁자의 책무를 다하려면 의결권 행사지침을 지금보다 명료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재 국민연금은 나름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할 수 있다’처럼 대부분의 지침이 해석의 여지가 많고 모호하다.

류 대표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찬반 결정 사항에 대해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강화하려면 다른 투자자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행사할 사안에 대해) 홀로 반대하지 다른 투자자로 하여금 함께 반대하자는 것이 없다”며 “필요하다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통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의결권 강한 외국 연기금의 비결’선택과 집중’

해외 연기금 사례에서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방안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캘퍼스(CalPERS)를 비롯해 네덜란드 사회보장기금(PGGM),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GPFG)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유명한 해외 연기금이다.

이들 연기금의 공통점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투자대상 기업 중 의결권 행사가 꼭 필요한 곳을 선별하고, 구체적인 지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

캘퍼스는 미국 상장사 중 캘퍼스의 투자규모 상위 1천개 기업을 선정하고 이 중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양호하나 실적이 저조한 기업을 선별, 지배구조 개혁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이것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캘퍼스의 ‘포커스 리스트’ 프로그램이다.

PGGM과 ABP도 각각 ‘보팅 포커스 리스트’, ‘풀 보팅 리스트’를 만들어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기업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또 이들은 의결권 행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도 받는다.

CPPIB는 세계 최대 주총안건 분석회사인 ISS의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받아 자체적으로 세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들 연기금이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참석한 주총 수는 대부분 3천회 이상이며 GPFG는 참석한 주총 횟수가 1만회를 넘었다. 이들이 의결권을 행사한 상정안건 수도 3만∼4만건에 달했다.

반면 같은 해에 국민연금은 모두 587회의 국내 기업 주주총회에 참석해 2천565건의 상정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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