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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이탈 막아라” 신흥국들 금리인상 도미노

“자금 이탈 막아라” 신흥국들 금리인상 도미노

입력 2014-01-30 00:00
업데이트 2014-01-3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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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기준금리 무려 5.5%P↑ ‘F5’ 등 돈가치 하락 막기 총력

29일 새벽 외신을 타고 급보가 날아들었다. 터키 중앙은행이 임시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1주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4.5%에서 10%로 무려 5.5% 포인트나 올렸다는 소식이었다. 임시 회의가 소집돼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으나 그 폭은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터키 중앙은행은 정부의 공개적인 금리 인상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루짜리 초단기 금융 거래(오버나이트) 금리까지 7.75%에서 12.0%로 대폭 인상했다.

신흥국들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다. 자국의 돈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총력전이다. 궁극적으로는 돈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어하려는 포석이다. 덕분에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세는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미국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돈줄을 죄느냐에 따라 시장이 다시 요동칠 우려가 있다. 우리 정부도 방어 태세를 바짝 조이고 나섰다.

터키에 하루 앞서 인도도 전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다. 인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8.00%로 0.25% 포인트 올렸다. 세 번째 인상이다. 시장의 전망은 동결이 우세했다. 하지만 인도 중앙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당초 전망치인 5%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성장 둔화보다 루피화 가치 하락을 더 심각하게 본 것이다.

금리 인상에 가장 적극적인 브라질은 “금리 정상화(인상)야말로 신흥시장 회복에 꼭 필요한 조치”(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라며 다른 신흥국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4월부터 이달까지 7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위기에 가장 취약하다는 이른바 ‘F5’(fragile 5개국·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를 중심으로 신흥국들이 도미노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은 ‘높은 이자’로 돈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자국에서 빠져나가려는 돈은 붙잡고 바깥에서 머뭇거리는 돈은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2년 만에 개인의 달러화 매입을 허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28일 1인당 최대 2000달러까지 달러 매입을 허용했다. 달러를 1년 인상 은행에 맡겨두면 외환거래세도 20% 깎아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터키 리라화, 인도 루피화, 아르헨티나 페소화, 남아공 랜드화 등은 급락세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리라화만 해도 금리 인상 단행 뒤 달러 대비 가치가 3% 이상 오르며 ‘아르헨티나 쇼크’의 낙폭을 거의 만회했다. 호세 비냘스 국제통화기금(IMF) 통화·자본시장국장은 “최근의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 소동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특이 요인이 있는 일부 신흥시장에 국한된 문제”라며 “공포에 질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계론도 여전하다. 우리 정부도 구두 개입의 수위를 올렸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시장 불안 조짐이 발생하면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하고 과감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지만 아직은 성장세가 미약하고 원화 가치도 양호한 만큼 신흥국의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하기는 일러 보인다”며 당분간은 통화정책보다 ‘외환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은행세 부과) 등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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