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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전일·시간제 등 유연한 근무환경이 생산성 높여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전일·시간제 등 유연한 근무환경이 생산성 높여

입력 2014-01-13 00:00
업데이트 2014-01-13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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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마무트의 경쟁력

크리스마스 휴가철을 앞둔 지난해 12월 취리히에서 차로 40분을 달려 도착한 곳 세온. 스위스 북부의 작은 마을에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기업이 있다. 15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아웃도어브랜드 ‘마무트’. 1862년 농업용 밧줄을 만들던 가내 수공업 수준의 작은 회사는 현재 전 세계 40여 국가에 지점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지점을 두고 있다.
해럴드 쉬라이버 마무트 스포츠 그룹 매니저
해럴드 쉬라이버 마무트 스포츠 그룹 매니저


본사 건물과 연결된 제품 생산 공장에는 1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시설 자동화로 본사 공장에는 30명 규모의 노동자만 운영하면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공장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가동되며 공장 노동자들은 2개 조가 교대로 투입된다.

공장은 계속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전일제 노동자로 구성되지만 경영, 판촉 분야 등은 다양한 근무 형태로 운영된다. 해럴드 쉬라이버 마무트 스포츠 그룹 매니저는 “우리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사람은 공장의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저마다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다. 충분한 휴식과 개인 생활이 보장돼야 그만큼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무트 본사 경영 파트에는 직원 대부분이 아웃도어 스포츠를 취미로 두고 있다. 회사가 충분한 여가를 보장하면 직원들은 취미생활로 자사 제품을 갖추고 알프스 산맥 곳곳을 오른다. 그런 생활을 통해 품질을 확인하고 신제품 구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마무트 본사 공장의 직원이 산악장비 생산 시설에서 가동 중인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공장은 30여명의 직원이 2개 조로 나뉘어 운영된다.
마무트 본사 공장의 직원이 산악장비 생산 시설에서 가동 중인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공장은 30여명의 직원이 2개 조로 나뉘어 운영된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날씨가 좋은 거예요. 게다가 그날 회사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적거나 중요하지 않으면 팀장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날 하루는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 되는 거죠.”

쉬라이버 매니저는 “전일제 근무 직원은 하루 근무 시간에 상관없이 한 주에 40시간 근무만 채우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간제 노동자는 전일제 노동자 대비 80% 근무가 가장 많다. 주로 생산관리직과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시간제로 일하는데 300여명의 본사 직원 가운데 25% 정도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직원별로 근무 시간에만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마무트 본사의 정규 직원이며 동일한 회사 복지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휴가 일수는 전체 노동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성별로는 남자 직원 대부분이 80% 시간제를 선호하고 결혼한 여자 직원 사이에서 50% 시간제 근무 인기가 높다. 쉬라이버 매니저는 “전일제 근무 조건으로 입사한 여성이 결혼한 뒤 출산을 하게 되면 육아 문제로 근무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회사에서는 직원의 사정을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여성 직원을 해고하는 행위는 마무트뿐만 아니라 스위스 기업에서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무 시간을 줄였던 직원이 다시 전일제 근무를 원하면 이 또한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쉬라이버는 스위스의 시간제 일자리 정착 과정에 대해 “정부가 정책으로 이끌었다기보다는 세대가 바뀌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소개했다. 남성 위주의 완전고용 상태에서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기업 입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게 됐다. 기성세대에 비해 여성들이 교육을 많이 받게 되면서 사회 진출 욕구도 커졌고 노동시장에 여성이 진출하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과 노동자 각자가 원하는 시간제 근무 형태가 확산됐다는 게 쉬라이버의 설명이다.

그는 시간제 일자리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기업이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의 한국 상황에 대해 “정부로서는 당연히 시간제 근무를 포함한 기업 활동을 도울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기업은 경영자부터 시간제 근무를 도입할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업은 기존의 전일제 근무 분야에서 어떤 직군을 뽑아 근무 시간을 몇 시간까지 줄일 수 있는지, 이에 따른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세온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4-01-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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