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증권 인수전, ‘고른 베팅’ 농협금융 웃었다

우투증권 인수전, ‘고른 베팅’ 농협금융 웃었다

입력 2013-12-25 00:00
업데이트 201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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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 탄력받을듯…매각방식 논란도 여전

4개월에 걸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전에서 농협금융지주가 웃었다.

이번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은 정부가 3단계에 걸쳐 진행하는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험대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막판에 부각된 ‘헐값 매각’ 시비가 완전히 잠재워지지 않아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매각 방식의 문제에서 비롯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른 베팅’ 농협금융의 승리

이번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은 과거 어떤 인수·합병(M&A)보다 복잡한 방정식을 풀었다.

우리금융은 애초 우투증권을 사려면 패키지 내 나머지 3개 계열사(생명보험·저축은행·자산운용)에 대한 가격도 모두 써내도록 했다.

’러브콜’이 몰릴 것으로 점쳐지는 우투증권에 3개 계열사를 얹어 팔아 우리금융의 민영화 진척 속도를 높이려는 공자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면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는 첫 번째 원칙은 ‘일괄 매각’으로 정했다. ‘가격 후려치기’가 예상되는 나머지 계열사에 대해선 최저가격을 뒀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최저가격은 입찰제한가격(MRP)과 달리 이를 밑돌면 매각을 안 하는 게 아니라 평가 과정에서 감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은 우투증권에 1조원, 생명보험에 600억원, 저축은행에 400억원, 자산운용에 500억원 등 총 1조1천5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우투증권에 1조1천500억원을 제시했지만, 생명보험·저축은행과 자산운용에 -2천억원과 500억원을 써내 우투증권만 인수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인스트리트는 우투증권에 1조500억원, 생명보험에 300억원, 저축은행에 200억원, 자산운용에 5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은 이 같은 ‘고른 베팅’과 패키지 ‘일괄 매각’ 원칙의 준수, 자금조달 능력과 경영 비전 등이 인정받아 24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리금융 민영화 탄력받을 듯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은 정부가 추진하는 우리금융 민영화 절차 가운데 가장 먼저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6일 우리파이낸셜과 우리F&I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과 대신증권을 선정한 데 이어 나머지 4개 계열사의 매각도 사실상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방은행(경남·광주은행) 매각과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에 이어 우리은행 매각으로 이어지는 구도다.

우리금융 14개 계열사 가운데 가능한 많은 계열사를 먼저 떨어내고, 우리은행의 몸집을 가볍게 만들어 나머지 계열사와 합쳐 파는 것이다.

이날 민영화의 첫 번째 관문인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을 통과함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상보다 일정이 조금 늦춰졌지만, 지난 6월 발표한대로 우리금융 민영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전날 본입찰을 받은 지방은행 매각도 최대한 속도감 있게 진행해 올해 안에 매듭을 짓는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금융권에선 경남은행 인수를 놓고 DGB금융지주가 합세한 경은사랑컨소시엄과 BS금융지주가 2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은행 인수전은 신한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가 맞대결하는 구도로 흐르는 분위기다.

◇매각방식 논란…금융당국 책임론도

우투증권 패키지의 새 주인으로 농협금융이 선정됐지만,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헐값 매각 여부다. 실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싸게 팔았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이 패키지에 대해 1조1천500억원을 제시하긴 했지만, 정부나 우리금융이 기대하던 가격(최대 1조5천억원)에는 못 미친다.

특히 생명보험과 자산운용은 장부가에 훨씬 미달하는 가격으로 넘기게 됐다. 나중에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배임 소송이 제기될 우려마저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배임 이슈는 상황을 다소 부풀린 것 같다”면서도 “이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특히 현 이사회에는 우리금융의 저축은행 인수를 결정한 사외이사가 몇몇 있어 이들은 저축은행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논란의 발단이 된 우투증권 패키지 일괄 매각은 이를 한결같이 밀어붙인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의 ‘진도’를 빼려고 무리하게 일괄 매각을 주문, 별로 내키지 않는 우리금융이 마지못해 일괄 매각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생명보험과 저축은행은 증권사와 업무상 연관성이 거의 없어 패키지로 묶는 데 대한 이견이 처음부터 제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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