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생보協 질병정보 집적 허용한 금융당국 조사

인권위, 생보協 질병정보 집적 허용한 금융당국 조사

입력 2013-12-09 00:00
업데이트 2013-12-0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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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연, 피해자 모집해 손해배상 청구 공동소송 추진

금융당국이 생명보험협회에 보험가입자의 질병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신용정보로 집적하도록 허용한 조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4일 인권위에 “금융위원회가 보험 관련 질병정보를 신용정보로 집적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로 인해 보험가입자들이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 원칙을 크게 침해당하고 있다”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최근 이 사건을 침해조사과에 배당해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좀 더 파악해야겠지만 진정서에 나온 내용을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보험정보와 관련해 금융당국을 조사하는 것은 인권위 출범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금융위의 조치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명되면 인권위는 이를 공개하고 금융위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거나 금융위에 시정조치·제도개선·징계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생보협회는 1998년 당시 재정경제원으로부터 ‘개별신용정보 집중기관’으로 지정받아 생명보험 업권의 여신거래정보를 집적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생보협회는 2002년 기존 여신거래정보 외에 보험계약정보와 보험금지급정보 등 총 36개 항목을 집적 정보로 추가해 줄 것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에 요청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 가운데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계약정보와 보험금 지급일자·지급사유 등 총 25개 항목을 승인했다.

문제는 생보협회가 그간 승인받은 정보에 대한 유출과 무단사용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당국의 승인을 받은 정보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이다.

생보협회는 2007년 약 60억원을 들여 생명보험계약조회시스템(KLICS)을 구축한 이래 승인 범위를 넘어서는 보험가입자의 민감한 진단정보와 질병정보까지 집적하고 있다.

생보협회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인 협회가 보험계약과 보험금 지급업무와 관련해 질병에 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표준약관에 규정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신용정보법상 민감정보의 수집과 이용은 금지된다는 법령과 모순된다”면서 “표준약관 제정 또한 금융당국의 소관인데 표준약관이 법령보다 상위에 있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금융감독원은 생보협회가 진단정보 66종 등을 추가로 집적한 점에 대해 최근 협회에 기관주의와 시정 명령을 내리고 직원 6명을 견책·주의 조치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번 조치는 생보협회가 집적하는 33종의 질병정보가 보험금 지급사유에 포함돼 적법하다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내려졌다.

결국, 생보협회는 이제부터 사인명, 질병명, 장해부위, 출산명수, 수술명, 수술부위 등 민감한 정보를 ‘합법적으로’ 집적하고, 24개의 생명보험사에 이런 정보를 거리낌 없이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소연 조연행 대표는 “2002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보험금 지급사유’라는 정보를 수집할 것을 승인한 것이지 ‘보험금 지급사유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라고 승인한 바가 없다”며 “법령은 해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확해야 하는데 새로 해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금융위의 최근 유권해석과 지난 10년여간 보험 관련 정보를 신용정보로 규율했던 정책적 판단으로 금융소비자의 헌법상 권리와 중대한 공익이 침해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소연은 오는 20일까지 보험금 청구에 의해 ‘잠정적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들을 모집해 각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동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금소연은 건당 20만원의 배상금을 청구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200여명의 소송인단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소송비용은 없고 인지대 등 실비 5천원을 내면 참여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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