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들 “일자리 뺏겨…역차별받아” 전문가 “고졸·대졸 적합한 직무 발굴을”

대졸자들 “일자리 뺏겨…역차별받아” 전문가 “고졸·대졸 적합한 직무 발굴을”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00:4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고졸채용 ‘역풍’ 우려

고졸 채용 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일부 대졸자들이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는 젊은 층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고졸자 채용이 늘자, 그만큼 대졸자의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깔려 있기 때문이다.

11일 경영자총연맹이 전국 508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졸 채용 증가율은 전년(2.3%) 대비 2.9% 포인트 늘어난 5.2%였다. 반면 대졸 증가율은 전년(4.5%)보다 2.1% 포인트 준 2.4%였다.

통계청 집계에서도 지난해 11월 중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35만 3000명이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20대 초반 취업자는 9만 7000명 증가한 반면 20대 후반은 오히려 17만 6000명이 감소했다. 20대 후반은 대졸자를, 20대 초반은 고졸자를 의미할 수 있다. 또 정부의 고졸 채용 확대 정책 덕분에 특성화 고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2010년 23%에서 지난해 56%로 치솟았고, 올해는 65~70%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증시 상장사 961곳의 올해 대졸자 채용 계획(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은 4만 2394명으로 4.6%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동양미래대(옛 동양공전) 2학년 김모씨는 “일자리 규모가 늘지 않은 상태에서 고졸 채용 확대는 오히려 대졸자의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이는 대졸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학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흔쾌히 전문대 졸업자를 뽑던 회사들이 이제는 고졸자를 섞어서 뽑거나 전문대 졸업자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들려면 대졸과 고졸로 구분된 기준을 아예 없애고 시험과 면접 등으로 채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취업준비생이 입사 후 희망하는 연봉(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이 대졸 2822만원, 2년제 대졸 2383만원, 고졸 2408만원이라고 밝혔다. 고졸자의 눈높이가 대졸자보다는 못하지만 2년제 대졸자를 뛰어넘은 것이다.

또 산학연계 등으로 기업이 마이스터고 등의 졸업생을 시험도 없이 특별채용하는 게 대졸자의 눈에는 특혜로 비치는 것도 문제다. 한양여대 3학년 이모씨는 “우리는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고졸은 각종 특혜로 쉽게 입사한다”면서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최소한 고졸보다 2~3년씩 더 공부한 것에 대한 보상은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통계치만 보고 고졸 채용 증가로 인해 대졸 채용이 감소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용 기업들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

박한준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졸에 맞는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고졸 채용은 양적 확대만 강조할 뿐 정작 직장 내 학력 차별, 인사시스템 등의 개선 내용은 빠져 있는 것도 문제”라면서 “고졸자와 대졸자에게 각각 적합한 직무를 발굴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3-02-12 8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