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채용 ‘역풍’ 우려
고졸 채용 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일부 대졸자들이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는 젊은 층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고졸자 채용이 늘자, 그만큼 대졸자의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깔려 있기 때문이다.11일 경영자총연맹이 전국 508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졸 채용 증가율은 전년(2.3%) 대비 2.9% 포인트 늘어난 5.2%였다. 반면 대졸 증가율은 전년(4.5%)보다 2.1% 포인트 준 2.4%였다.
통계청 집계에서도 지난해 11월 중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35만 3000명이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20대 초반 취업자는 9만 7000명 증가한 반면 20대 후반은 오히려 17만 6000명이 감소했다. 20대 후반은 대졸자를, 20대 초반은 고졸자를 의미할 수 있다. 또 정부의 고졸 채용 확대 정책 덕분에 특성화 고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2010년 23%에서 지난해 56%로 치솟았고, 올해는 65~70%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증시 상장사 961곳의 올해 대졸자 채용 계획(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은 4만 2394명으로 4.6%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동양미래대(옛 동양공전) 2학년 김모씨는 “일자리 규모가 늘지 않은 상태에서 고졸 채용 확대는 오히려 대졸자의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이는 대졸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학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흔쾌히 전문대 졸업자를 뽑던 회사들이 이제는 고졸자를 섞어서 뽑거나 전문대 졸업자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들려면 대졸과 고졸로 구분된 기준을 아예 없애고 시험과 면접 등으로 채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취업준비생이 입사 후 희망하는 연봉(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이 대졸 2822만원, 2년제 대졸 2383만원, 고졸 2408만원이라고 밝혔다. 고졸자의 눈높이가 대졸자보다는 못하지만 2년제 대졸자를 뛰어넘은 것이다.
또 산학연계 등으로 기업이 마이스터고 등의 졸업생을 시험도 없이 특별채용하는 게 대졸자의 눈에는 특혜로 비치는 것도 문제다. 한양여대 3학년 이모씨는 “우리는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고졸은 각종 특혜로 쉽게 입사한다”면서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최소한 고졸보다 2~3년씩 더 공부한 것에 대한 보상은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통계치만 보고 고졸 채용 증가로 인해 대졸 채용이 감소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용 기업들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
박한준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졸에 맞는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고졸 채용은 양적 확대만 강조할 뿐 정작 직장 내 학력 차별, 인사시스템 등의 개선 내용은 빠져 있는 것도 문제”라면서 “고졸자와 대졸자에게 각각 적합한 직무를 발굴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3-02-12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