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전세금 상승세…소득 증가세의 2배

가파른 전세금 상승세…소득 증가세의 2배

입력 2012-12-25 00:00
업데이트 2012-12-25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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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朴 당선인 전ㆍ월세자 문제 공약 보완 필요”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원룸에 살던 직장인 정모(여·31)씨는 최근 성산동으로 집을 옮기며 눈물을 머금었다.

층간 소음이 너무 심해 이사를 결심했는데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보증금 5천만원을 갖곤 비슷한 크기의 방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에서 2천만원을 빌렸다. 이마저도 부족해 계약도 반(半)월세로 계약했다. 정씨는 “소득은 그대로인데 통장에서 월세가 빠져나갈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이번이 처음 받는 대출이기 때문이다.

◇치솟는 전ㆍ월세금에 ‘렌트푸어’ 결국 또 대출창구로

25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올해 전세금이 불어나는 속도는 전세가구 소득 증가세의 2배에 이른다.

2010년 3월 평균 2천908만원이던 전세가구의 경상소득은 2012년 3월 현재 4천380만원으로 12.0% 늘어났다.

그러나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19.6%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의 매매가격 상승률(8.7%)의 갑절을 넘는다.

가계의 실 부담을 보면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올해 전세가구가 부담한 전세금(자산)은 평균 9천274만원으로 2010년 7천497만원보다 23.7%나 올랐다.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받았다고 응답한 전세금(부채)으로 따지면 올해 가구당 전세금은 무려 1억4천421만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1억1천367만원에서 26.9%나 증가했다.

결국, 2년간 벌이가 12% 느는 동안 전세금은 20~27%씩 불어난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이 빠르게 증가하는 전세금을 대려면 결국 또다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0년 2천57만원이던 부채보유 가구의 전세보증금 대출은 올해 2천795만원이 됐다.

전세가구의 대출 중 전ㆍ월세 보증금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4.9%에서 4%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28.5%로 나타났다. 전셋집을 얻으려면 이제 과거보다 더 많은 빚을 져야 하는 것이다.

월세 역시 상황은 심각하다. 월세 가구의 대출 중 6.7%는 부채 상환을 위한 용도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전형적인 ‘돌려막기’다. 전세 가구에서의 돌려막기 비중(2.2%) 역시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朴 당선인 ‘렌트푸어’ 공약 실효성 있을까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이러한 ‘렌트푸어(rent poorㆍ보증금에 고통받는 세입자)’ 문제를 해결코자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세금을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얻는 일종의 대출로 보고 이를 세입자 대신 은행으로부터 빌리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대신 세입자는 집주인의 이자를 내주고 집주인은 소득 공제 등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는 목돈을 들이지 않고도 집을 얻게 된다. 또 집주인이 신용이 좋으면 대출 이자 역시 상대적으로 경감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가 잘 이뤄진다면 렌트푸어 문제의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성에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선뜻 거액을 대출해 줄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수석연구위원은 “집주인의 신용상태에 따라 대출이자가 달라질 텐데 이를 세입자와 짝을 짓는 것 역시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기관이 세입자에 대한 보증을 서는 등 주택 소유자를 보호하는 대책 역시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당선인은 이 밖에도 철도부지 위에 고층건물을 지어 저렴하게 임대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내년 하반기부터 약 20만 가구를 지어 주변 시세의 33~50% 가격에 월세 임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공약도 다소 보완이 필요해보인다. 전문가들은 실제 건설 가능성과 함께 공약의 경제적 타당성 역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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