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매진대박’…홈쇼핑도 ‘가치소비’

’이유있는 매진대박’…홈쇼핑도 ‘가치소비’

입력 2012-12-05 00:00
업데이트 2012-12-05 10: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불황에도 예상밖 조기매진 상품 찾아보니…

홈쇼핑업체에는 시간이 곧 돈이다. 물리적 판매공간이 없으니 고객의 시청대 시간을 살펴 24시간이라는 한정된 판매시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실적의 관건이 된다.

상품마다 주어진 방송시간 내에 준비된 수량을 조기에 모두 판매하게 되면 절약된 방송시간에 또다른 상품을 판매해 새로운 실적을 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5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불경기에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임에도 단시간에 매진되는 ‘예상밖 대박 행진’이 잇따르고 있다.

불황기를 맞은 유통업계에서 홈쇼핑이 상대적으로 승승장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체들의 상품기획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홈쇼핑의 소비트렌드에 ‘가치소비’가 자리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가치소비란 질 좋은 제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꼼꼼한 소비 행태를 말한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다소 비싸다고 해도 과감히 돈을 투자한다.

◇고가 제품도 ‘척척’ = 최근 홈쇼핑에서 수십만원대 화장품이나 100만원이 훌쩍 넘는 밍크코트 같은 고가 상품이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다 팔리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불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백화점과 비교되는 장면이다.

CJ오쇼핑은 지난달 13일 30만원대 100% 캐비아 성분 화장품 ‘르페르’를 판매, 방송시간을 20분 남겨두고 매진을 시켰다. 이날 매출은 7억원을 넘겼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화장품 중 최고가지만 제품 성분에 신뢰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구매를 많이 한 것으로 분석된다.

3월에는 패브릭 디자이너 장응복의 침구 브랜드 ‘복’을 편성, 타제품보다 3~4배 비싼 40만원대지만 방송 35분만에 매진시켰다.

’홈쇼핑 고객은 보수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세련된 제품을 과감히 선보인 것이 ‘대박 요인’으로 꼽힌다.

조기 매진으로 남은 방송시간에 틈새상품을 팔아 올리는 매출도 짭짤하다.

CJ오쇼핑은 상품이 매진되면 계절과 고객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쌀 등 곡물을 편성, 수천만원의 추가 매출액을 덤으로 올리고 있다.

CJ오쇼핑의 한 관계자는 “구매력 있는 고객들에게 제품의 품질을 강조해 구매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홈쇼핑 충성도가 높은 중장년의 구매력은 위축되지 않아 이들을 겨냥한 제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 소비자’들 지갑 열어 = 불황이지만 가격과 만족도를 꼼꼼하게 따지는 가치소비족들의 소비 행태는 두드러진다.

GS홈쇼핑은 10월 홈쇼핑에서 보기 드문 고가 침구 세트를 판매해 히트를 쳤다.

이날 판매된 ‘헝가리산 거위털 침구 풀세트’는 킹사이즈 109만원, 퀸사이즈 99만원 이었지만 목표치의 2배에 달하는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권’은 149만9천원이었지만 방송 중 매진됐다.

이들 제품은 100만원대지만 시중 판매가의 절반 수준에 판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선영 GS샵 침구 담당 과장은 “불황에 100만원대 제품이 과연 팔릴까 의구심이 들었던게 사실”이라며 “가격 거품을 줄이고 기능을 강화한 프리미엄 상품에는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고 전했다.

롯데홈쇼핑이 이달 3일 백화점 가격보다 저렴한 값(159만원)에 내놓은 진도 밍크코트는 방송 30분만에 동났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명품 전문 ‘클럽 노블레스’ 특집방송에서 20~22일 3일동안 28억5천만원 어치를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10만~30만원대 ‘펜디’와 ‘에트로’ 가방, 30만원대 오일릴리 패딩, 100만원대 에트로 의류 등이 매진 행렬을 이었다. 프라다와 버버리 등 신상품을 10~20% 할인해 선보인 방송도 호응이 좋았다.

김정훈 현대홈쇼핑 명품 상품기획자(MD)는 “경기 불황에 명품을 홈쇼핑에서 실속있는 가격에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신 트렌드에 맞추니 ‘불티’ =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발빠르게 선보이자 역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배우 고소영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신어 유명해진 신발 ‘아쉬’는 4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이달 10일 분당 최고매출 7천만원을 기록하며 28분만에 모든 물량이 팔렸다.

롯데홈쇼핑은 가두 매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디자이너 패션·잡화 브랜드 ‘나무하나’를 지난달 21일 처음 선보였다.

제품 가격은 10만~20만원이지만 첫 방송에만 9억4천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고가지만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빠르게 파악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싱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제품도 인기다.

현대홈쇼핑이 판매한 ‘빅마마 이혜정의 깜짝 스프’는 지난달 16일부터 세 번에 걸친 방송 모두 매진이었다.

물만 부으면 되는 즉석 조리 식품으로 요리연구가 이혜정 씨를 앞세워 몸에 좋은 영양소를 담아 한끼 식사가 가능하다고 강조, 지금까지 9억6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앞서 국민 간식인 돈가스 ‘도니도니 돈까스’를 기획, 15회에 걸쳐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박경호 현대홈쇼핑 식품 MD는 “치열한 홈쇼핑 시장에서는 고객의 수요를 빨리 발견하고 최신 트렌드와 가치를 잘 반영한 제품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올해 히트 상품은 ‘실속’ = 한편 각 홈쇼핑은 이날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상품 1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10만원 내외의 실속형 뷰티·패션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GS샵에서는 해외 패션잡화 브랜드 모르간이 약 50만개를 판매하며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제품은 작년에는 2위에 올랐었다.

바지와 레깅스 3~4종을 묶어 7만~9만원대에 팔았던 뱅뱅바지가 2위, 셀프 염색약 버블비가 3위에 올랐다. 아이디어 상품인 한경희 진동파운데이션은 26만개가 팔려 6위로 조사됐다.

CJ오쇼핑은 올해 히트상품 키워드로 F4(여성·패션·편리성·기능성)를 선정했다. 특히 하반기에 패션상품이 약진해 10개 중 7개가 의류였다.

입큰 진동파운데이션(54만개)이 1위, 피델리아 속옷(41만개)이 2위, 아이오페 에어쿠션(39만개)이 3위를 차례로 차지했다.

’지오송지오’(5위), ‘엣지’(7위), ‘끌로엘제이’(8위) 등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도 많이 판매됐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실속형 생활용품이 인기를 끌었다.

30만개가 팔린 세탁세제 ‘퍼실’이 1위에 올랐다. 여성용품 바디피트(12만5천개·8위), 샴푸 려(11만5천개·9위)를 비롯, 생활용품은 3품목이나 10위안에 들었다.

현대홈쇼핑에서는 연예인과 합작한 제품이 많이 팔렸다.

의류인 ‘김성은의 라뽄떼’는 66만2천개가 팔려 1위에 올랐다. ‘하유미의 셀더마 마스크팩’과 ‘정형돈의 도니도니돈까스’가 2, 3위로 각각 집계됐다.

이밖에 의류인 ‘현영의 에스라린’(5위)과 ‘변정수의 엘라호야’(7위)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